세르히오 가르시아의 흥미로운 패션 센스
06.19 08:08

제117회 US오픈 최종 라운드가 열린 19일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 골프장.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의 흥미로운 'USGA 패션'이 눈길을 끌었다. 가르시아는 대회장 곳곳에 휘날리고 있는 미국골프협회(USGA)의 깃발 색을 위아래로 걸쳐 입은 듯 보였다. 빨간색 셔츠에 파란색 바지를 입고 플레이를 펼쳤다. 마치 '태극기 의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마스터스 챔피언 가르시아가 빨강과 파랑을 매치업하고 나온 경우는 드물다. 가끔 빨간색 티셔츠나 파란색 바지를 입기는 한다. 지난 4월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는 그린색 계통의 티셔츠와 흰색 바지를 입었다. 당시에도 마스터스의 상징인 그린재킷과 의상의 매치업이 잘 이뤄졌다. 가르시아 같은 톱랭커의 경우 메이저 대회 전 의류 스폰서와 상의를 거친 뒤 라운드별 의상을 결정한다. 특히 시선이 집중되는 마지막 라운드 때의 매치업에는 더욱 심혈을 기울인다.
가르시아는 이날 타이거 우즈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색 티셔츠를 입었다. 우즈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르시아의 빨간색 상의는 더욱 부각됐다. 사실 가르시아는 우즈와 앙숙 관계다. 2006년 디 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했던 우즈에게 패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우즈는 당시 친구에게 “트위티 버드(루니 툰에 나오는 노란 아기새 캐릭터)를 혼내주겠다”고 했는데 가르시아의 노란색 패션을 비꼰 발언이었다.
가르시아는 2013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끝난 뒤 참석한 유러피언투어 시상식에서 “우즈를 프라이드 치킨을 대접하겠다”고 말해 인종 차별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프라이드 치킨은 흑인 비하의 표현이다. 우즈는 “가르시아의 인종 차별 발언에 상처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가르시아의 최종일 패션은 팬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관심사였다. 비록 미국 국적 외 선수 최초로 겨냥한 마스터스와 US오픈의 연속 우승은 놓쳤지만 여전히 정상급 플레이를 펼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르시아는 이날 버디 2개와 보기 2개를 맞바꾸며 이븐파를 쳤다. 이번 대회에서 오버파 라운드를 한 번도 하지 않은 가르시아는 4언더파 공동 22위권에 랭크됐다.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그린 스피드가 빨라지는 등 마지막 날의 까다로운 코스 세팅에서도 가르시아는 자신 있는 경기를 했다.
세계랭킹 7위 가르시아는 올 시즌 메이저 대회 8번의 라운드에서 한 번도 오버파를 기록하지 않는 등 견고한 샷감을 뽐내고 있다. 메이저 대회 연속 언더파 행진은 7라운드에서 멈췄다. 지난해 US오픈 공동 5위 성적은 넘지 못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