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0톤 물 공수 남다른 코스관리 "디봇 없어요"
06.10 17:25

“지금까지 디봇을 보지 못했다.”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프로 골퍼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그만큼 코스 관리가 완벽에 가까웠다. 박상현은 “이렇게 멋진 골프장에서 경기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럽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선수들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코스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완벽한 코스 세팅과 관리를 위해 물을 공수하는 데만 1억원 이상을 썼다고 한다. 박준용 사우스케이프 스파 앤 스위트 세일즈마케팅 차장은 “최근 비가 너무 내리지 않아 코스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대회 3개월 전부터 하루 2000톤의 물을 공수해 코스를 관리하는데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페어웨이와 그린 등의 코스 상태가 최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대회 기간 중에도 코스 관리에 남다른 노력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10일 오전 선수들이 모두 지나간 뒤 6번 홀에서 그린의 밸런스 조율 작업이 진행됐다. 코스관리팀 3명은 관수기를 통해 그린의 마운드 부근에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보통 스프링클러나 호스를 통해 잔디에 물을 뿌리는 골프장이 많다. 하지만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은 수작업으로 직접 물을 공급하며 코스 컨디션 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물을 대는 기계인 관수기를 통해 작업이 진행됐다. 관수기와 연결된 오지창처럼 생긴 막대기에서 물이 나왔다. 코스관리팀은 이 막대기를 20~30cm 간격으로 푹푹 찔러 넣으며 물을 공급했다. 주로 많이 말라있는 그린의 마운드 부근에 물을 집어넣어 부드럽게 만들었다. 김회우 코스관리팀 과장은 “호스로 물을 뿌리면 원치 않은 지점이나 벙커에 물이 튀기도 해 이렇게 관수기를 활용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물을 공급한 뒤 그 부위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그린을 롤러로 밀어 구멍을 없애고 다시 평평하게 누르는 작업이 이어진다. 최종적으로 빗자루로 모래를 제거하는 작업까지 마치면 그린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다시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물을 공급하는 게 아니다. 그린 표면에 모래 외에도 다양한 성분이 섞여 그냥 호스로 물을 뿌리면 잘 스며들지 않는다. 그래서 물과 계면활성제를 섞어서
공급하며 그린의 경도를 조절하고 있다. 계면활성제를 섞은 물은 비용 측면에서 그리 비싸진 않다. 하지만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고려하면 코스 관리에 대한 정성이 대단한 셈이다.
이뿐 아니다. 원래 코스에 존재하지 않았던 드라이빙 레인지도 대회를 위해 조성됐다. 전장 300m에 쇼트 게임 연습까지 가능한 드라이빙 레인지는 코스 11번 홀 옆에 6개월 만에 마련됐다. 그 비용만 12억원 이상이 들었다.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스파 앤 스위트 회장은 “대회 개최를 위한 완벽한 코스 세팅과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코스 상태뿐 아니라 빼어난 경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는 스팟이 모두 한 폭의 그림으로 변했다. 갤러리들은 선수의 샷을 감상한 뒤에는 절경을 배경으로 브이자를 그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순천에서 왔다는 김명자씨는 “너무 와보고 싶었는데 정말 그림 같다. 코스 관리도 정말 완벽해 꼭 라운드를 해보고 싶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는 ‘그린피와 숙박 가격 정보’까지 오히려 기자에게 되물어봤다.
코스의 시그니처 홀인 16번 홀(파3)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바다를 가르며 티샷을 하는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홀이다. 204미터로 세팅돼 프로들도 온그린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코스다. 송영한 등은 대회를 앞두고 열린 16번 홀의 이벤트 행사에서 공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바다에 빠트리며 고전하는 모습도 보였다. 갤러리들이 16번 홀 티박스에 직접 서서 어드레스를 취하는 풍경도 종종 포착됐다. 하나 같이 어렵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4번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로 가볍게 1온에 성공하며 “역시 프로는 달라”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바닷바람을 시원하게 뚫고 벗어나가는 포물선은 바다와 산이 절묘한 조화가 선사한 배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다.
남해=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