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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스타' 토마스=매킬로이+스피스

01.16 17:21

저스틴 토마스는 마른 체형이지만 로리 매킬로이와 같은 파워풀한 스윙으로 장타를 때리고 조던 스피스처럼 정교한 퍼트를 선보이고 있다. [PGA 홈페이지]

'판타지 스타'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세계 남자골프를 뒤흔들고 있다.

토마스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장타와 조던 스피스(미국)의 퍼트를 섞어놓은 ‘판타지 스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 1m78cm, 몸무게 66kg의 마른 체형임에도 400야드가 넘는 장타를 펑펑 때려내는 장타자다. 매킬로이처럼 유연한 몸을 바탕으로 파워풀한 스윙을 하는 게 돋보인다.

최근 5개 대회에서 3승을 쓸어담는 물오른 플레이를 보면 '퍼트 잘 하는 매킬로이'처럼 보인다. 매킬로이는 퍼트가 약점이다. 하지만 퍼트가 잘 들어가는 대회에선 곧잘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토마스는 퍼트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300야드가 넘는 호쾌한 드라이브샷은 물론 자로 잰 듯한 정교한 퍼트로 필드를 지배하고 있다. 골프팬들이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3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태어난 토마스는 아버지가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해 자연스럽게 클럽을 잡았다. 14세부터 300야드 이상의 드라이버 거리를 낼 정도로 토마스의 스윙은 인상적이었다. 타고난 재능에 탄력적인 몸으로 강한 임팩트를 주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2009년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 초청 받아 역대 세 번째 어린 나이(16세3개월24일)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앨라배마 대학 1학년 때는 최고 대학 선수에게 주는 상을 받을 정도로 재능이 돋보였다. 스피스와 견줘도 손색이 없는 기량을 뽐냈던 토마스였다. 하지만 토마스는 스피스, 대니얼 버거 등 또래에 비해 뒤늦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토마스는 지난 시즌까지 통산 1승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 벌써 3승을 수확했다. 16일 끝난 PGA투어 소니 오픈에서 새 역사를 쓰며 우승했다. 토마스의 합계 27언더파 253타 기록은 2003년 토미 아머 3세가 세운 72홀 최소타 기록(254타)을 1타 줄인 신기록이다. 이번 대회는 기록의 연속이었다. 1라운드에서 최연소(23세8개월) 59타 기록을 세운 토마스는 36홀 최소타(123타) 신기록, 54홀 최소타 타이기록(188타)을 썼다. 그리고 최종일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줄여 대기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마지막 홀 버디 추가로 ‘72홀 최소타 드라마’가 완성됐다. 59타와 72홀 최소타 기록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밟지 못한 고지다.


저스틴 토마스는 로리 매킬로이의 장타와 조던 스피스의 퍼트 강점을 두루 갖췄다. [골프파일]

토마스가 2016년 7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에서 기록한 414야드는 지난 시즌 PGA투어 최장 드라이버 샷으로 기록됐다. 토마스의 장타는 지면 반발력 극대화를 통해 이뤄진다. 장타자들이 그렇듯 토마스도 점프하는 듯한 스윙으로 폭발적인 파워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임팩트 순간 양발 뒤꿈치가 들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임경빈 JTBC골프 해설위원은 "토마스는 신체조건이 좋은 편이 아니지만 굉장히 유연하고 파워풀한 스윙이라 매킬로이와 비슷하다. 백스윙 톱이 높고, 지면 반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임팩트 순간 양발의 뒤꿈치가 떨어지는 등 교과서적인 장타자 스윙”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걸로 토마스의 장타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토마스의 스윙에 또 다른 장타의 비결이 숨어있다. 토마스는 클럽 헤드 스피드가 117마일(188km)로 투어 평균 112마일(180km)에 비해 빠르긴 하지만 거리는 헤드 스피드 이상으로 뻗어나간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일단 볼의 론칭각은 14도로 높은 편이지만 이후 비행하는 볼의 탄도가 낮게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임팩트 순간 손이 볼 앞에서 맞는 스윙"이라며 "그렇다 보니 회전이 덜 걸려 비거리에서 이득을 본다. 보통 볼의 분당 회전수가 2700rpm인데 토마스는 2000~2200rpm 사이다. 백스핀이 적게 걸려 런 거리도 더 많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퍼트 향상도 눈에 뛴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가 1.775개(94위)에 불과했으나 올 시즌 1.637개(4위)로 줄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4~5m 거리의 까다로운 중거리 퍼트를 쏙쏙 집어넣었다. 만약 이런 퍼트감이 이어진다면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토마스는 최근 2연승으로 세계랭킹 8위까지 뛰어 올랐다. 절친 스피스가 "재능 있는 선수인데 두각을 나타내는 건 시기의 문제였다"고 했듯이 토마스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피니시 이후 밸런스가 굉장히 좋은 선수다. 그만큼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스윙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메이저 우승을 할 수 있는 재능이 있고 부상이 없다면 충분히 롱런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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