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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대 김우현 -6 "싸리비 연습 스윙 효과 봤다"

08.25 16:28

갓 제대한 김우현(왼쪽)과 전역을 2주 남긴 허인회. [KPGA 민수용]

전역한지 하루 된 예비역 병장과 제대를 2주 남긴 말년 병장, 연말 입대할 선수가 한 조에서 라운드했다. 25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선수권 1라운드에서 김우현(25·바이네르)은 허인회(29·상무), 김대현(28·캘러웨이)와 함께 경기했다.

허인회는 2014년말 입대한 후 드라이버 헤드커버에 ‘2016. 9. 8.’ 이라고 썼다. 전역날짜다. 국방부의 시계는 천천히 가지만 이제 그 날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허인회는 “이제 전역이 다가왔기 때문에 다른 헤드커버로 바꿨다”고 웃었다.

김우현은 전날 전역신고를 하고 대회장인 양산에 곧바로 내려와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에게 제대 기념 떡도 돌렸다. 김우현은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허인회에게 “그 남은 2주가 가나요”라고 놀렸다. 허인회는 군대 2주 고참 김우현에게 “그래 너 정말 부럽다”고 했다. 김대현은 “나는 올해 12월 입대할 예정인데 정말 부러운 건 나다”라고 말했다.

김대현과 허인회는 오랜만에 대회장에 나온 김우현에게 “긴장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줬다.

김우현은 강원 인제에서 소총수로, 허인회는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근무했다. 예비역인 김우현을 현역 군인들이 도왔다. 그의 캐디는 군대 후임병이자 세미프로인 임승건 일병이었다. 김우현은 “군에서 밤에 함께 싸리비로 스윙 연습을 하던 동료로 워낙 체력이 좋아 캐디를 맡아줬으면 했는데 지휘관께서 특별 휴가를 내줘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멀리 강원도에서 또 다른 군인 두 명도 휴가를 얻어 김우현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아왔다. 이상민 상병은 “우현 병장님이 군생활을 성실히 잘 했고 성격도 좋아 부대원들이 잘 따랐다”고 말했다.

김우현의 첫 티샷은 왼쪽으로 갔지만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짧은 퍼트 몇 개를 놓친 후 먼 거리 퍼트를 쑥쑥 넣으면서 6언더파(공동 6위)로 경기를 마쳤다. 그는 “올림픽에서 박인비 선수의 ‘찬스가 왔는데 못 넣는 것이 찬스를 잡지 못한 것 보다 낫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 생각으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났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고 거수경례를 했다. 군인 허인회의 거수 경례 버디 세리머니는 지난해 코리언 투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공격적인 경기를 하는 허인회는 티샷을 질러 치다 OB가 나는 등의 실수가 나와 이븐파를 기록했다.

허인회는 경기를 마친 후 “나는 2년 내내 대회에 참가하고 100등인데 넌 2년 쉬고도 상위권이냐”며 웃었다.

호리호리했던 김우현은 군에 다녀온 후 몸이 좋아졌다. 그는 “군대에서 거리 늘리는 연습한 것도 아닌데 갔다 와 보니 거리가 15야드 정도 늘어났다. 두 장타자인 허인회, 김대현 형과 함께 경기했는데도 별로 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군대는 필요한 부분을 채워준다. 지휘관에게 부탁하니 모포에서 퍼트 연습을 하게도 해줬고 싸리비 스윙도 효과적이다. 싸리비처럼 긴 막대로 스윙하면 짧은 것을 휘두를 때 훨씬 편하고 근력도 향상된다.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우현은 또 “군대에 있던 시간이 낭비가 아니란 걸 알았다. 입대 전 플레이가 느렸는데 그 것도 싹 사라졌다. 내 몸 속에 나쁜 것들을 청소하고 온 것 같다. 군대에서 얻은 것은 전우, 잃은 것은 없다”라고 했다.

허인회가 속한 국군체육부대 골프팀은 지난해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 때문에 한시적으로 생겼다. 상무는 컷탈락한 선수들은 숙소에서 골프장까지 걸어서 다니기도 했다. 상무 골프팀 김무영 감독은 “군에서 이기는 사람과 패한 사람은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9월 6일 내가 퇴직하고 7일 선수들이 전역 신고를 하면 팀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버디 후 거수경례를 하던 허인회 등의 모습은 KPGA의 추억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박준섭(24·JDX)이 버디 8개와 이글 1개를 잡아 10언더파 62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양산=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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