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씻어낸 박인비, 어떻게 180도 달라졌나
08.19 07:48

박인비가 우려를 완전히 털어내고 금빛 사냥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박인비는 지난 4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이후로 4개월간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 이전 4개월 동안 L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6번의 라운드에서 무려 28오버파로 부진했다. 올림픽 전초전이었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컷 통과에 실패했던 박인비다.
하지만 박인비는 1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장에서 끝난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를 쳤다. 이틀 연속 5언더파를 몰아친 박인비는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출전 선수 60명중 유일한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이자 메이저 최다 7승의 주인공답게 박인비는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4개월 간 언더파를 치지 못했던 박인비가 어떻게 이틀 연속 5언더파를 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원동력은 샷의 안정감이다. 박인비는 국내에서 가진 ‘올림픽 전초전’에서 샷감 회복에만 집중했다. 예전의 샷감을 찾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박인비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60.70%, 그린 적중률은 52.78%에 불과했다. 기본적으로 샷이 잘 되지 않아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드라이브샷 거리도 227야드로 시즌 평균보다 23야드나 적게 나왔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정상적인 수치들이 나타나고 있다. 2라운드까지 페어웨이 적중률 88.46%, 그린 적중률 88.89%로 고감도 샷감을 뽐내고 있다. 드라이브샷 거리도 244.8야드로 시즌 평균과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예전의 좋았던 샷감을 되찾았고, 왼손 엄지 손가락 부분의 통증도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정상급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셈이다.
10언더파로 훌륭한 성적표를 받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라운드마다 1~2타를 더 줄일 수 있었지만 퍼트가 조금씩 빗나가 더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도 2~3개의 퍼트가 홀컵을 스치며 지나갔다. 2라운드 16번 홀에서는 2m 내 버디를 아쉽게 놓쳤다. 버디를 10개나 뽑고 있지만 퍼트로 얻은 스트로크 수는 0.857개다. 이날 버디만 7개를 뽑고 공동 3위로 도약한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퍼트로 얻은 스트로크 수 부문에서 1.887개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도 ‘컴퓨터 퍼트’를 자랑하는 박인비는 퍼트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 그는 경기 후 “퍼트감이 전날보다 더 살아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샷이다. 그는 “샷 실수를 줄이고 기회를 많이 만드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1~2라운드에서는 바람이 잔잔했지만 링크스 코스 특유의 강풍이 몰아치면 샷의 안정감은 더욱 필요하다. 2라운드까지 바람이 강하지 않았던 것도 박인비가 샷감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됐다.
박인비는 일부 외신에서 나온 ‘은퇴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올림픽 전 공식 인터뷰에서 “가정이 중요하다. 아이를 낳은 후 복귀할지 모르겠다”는 발언이 오해를 산 것이다.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고 못 박은 박은비는 “올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는 해에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골프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도록 남은 라운드에서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