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목록

엘리베이터 갇히고, 비행기 놓칠 뻔 하고.. 액땜하고 굿샷날린 한국여자팀

08.19 05:23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있는 소방관들(왼쪽). 골프 클럽을 되찾은 전인지. [사진 이지연 기자], [전인지 SNS]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 여자 골프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지난 14일 황당한 사고를 겪었다.

대표팀 코치를 맡은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를 비롯, 박인비(28·KB금융그룹)·양희영(27·PNS)·김세영(23·미래에셋) 등 7명이 탑승한 엘리베이터가 운행 도중에 멈춰 서버렸기 때문이다.

여자 대표팀은 리우에 입성한 뒤 선수촌이 아닌 대한골프협회가 마련한 숙소에서 생활했다. 대회장인 바하 다 치주카의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있는 고급 아파트다. 선수들은 단지 내 4동 6층과 7층에 여장을 풀었다. 방 4개를 갖춘 이 아파트는 하루 임대료만 2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양희영은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춰선 뒤 덜컹거리면서 조금씩 내려가기에 난간을 꼭 잡고 버텼다. 갑자기 바닥으로 추락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데는 무려 40여분이나 걸렸다. 긴급 콜 센터에 전화를 돌렸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엘리베이터 문을 강제로 연 끝에 탈출할 수 있었다. 박인비는 “생전 처음 겪은 경험이었다. 한동안 두려움에 떨었다”고 말했다.

제대로 ‘액땜’을 한 것일까. 여자 골프대표팀은 18일 개막한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1라운드에서 굿샷을 날렸다. 박인비와 김세영은 나란히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공동 2위에 올랐다. 박인비는 2라운드에서도 5타를 줄여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박인비는 2주 전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도 액땜을 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 감각 회복 차원에서 출전한 삼다수 여자오픈에서 4오버파로 예선 탈락했다. 왼손 엄지 부상으로 지난 6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이후 휴식을 택한 뒤 올림픽 준비에 올인해왔던 그로서는 실망스런 결과였다.

박인비는 “샷과 퍼트 감각이 모두 좋지 않았다. 열심히 재활을 해왔지만 ‘이 상태로 나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며 “주변에서 ‘올림픽 메달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고 칠 수 있는 상황에서 포기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컷 탈락을 통해 보완점을 찾았고,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14일 리우에 입성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전인지도 첫 날 1언더파 공동 19위로 무난하게 출발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공항에서 출발한 전인지는 폭우 때문에 비행기가 4시간이나 지연되면서 경유지인 휴스턴에서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다행히 휴스턴 기상 상황도 좋지 않았던 덕분에 닫혔던 비행기 문을 열고 가까스로 탑승했다.

전인지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항공사 측의 실수로 골프 클럽이 도착하지 않아 하루 동안 연습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대회 개막 이틀을 앞두고서야 클럽을 받아 딱 20홀을 돌아본 뒤 대회에 나섰다. 전인지는 “연습 시간이 부족했지만 더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2라운드에서 이글 2개를 앞세워 5타를 줄였고, 중간 합계 6언더파 공동 8위가 됐다.

리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 공유

자랑하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