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중계권 긴급 의결…연간 36억 손해 본 KLPGA
08.05 09:38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최근 심야에 긴급 이사회를 통해 TV 중계권 계약을 의결한 것과 관련, 일부 회원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LPGA는 지난 1일 이사회에서 TV 중계권 우선협상 대상자인 SBS 및 SBS플러스와 한 해 64억원씩 5년간 총 320억원에 계약을 맺는 내용을 담은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JTBC골프는 KLPGA에 연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제안했다. 또다른 방송사인 문화방송(MBC)도 KLPGA 측에 “중계권에 관심이 많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묵살당했다. 특히 JTBC골프가 제안한 액수(100억원)는 연간 금액 기준으로 SBS의 제안액(64억원)보다 훨씬 많다. SBS가 제안한 액수는 JTBC의 제안보다 1년에 36억원이나 적은데 3년이면 108억원, 5년으로 계산하면 180억원이나 된다.
KLPGA는 현재 회장이 공석인 상태다. 협회는 회장도 없는 상태에서 밤 9시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중계권 계약을 의결했다. KLPGA의 한 회원은 “굳이 그렇게 비밀작전을 펴듯이 계약을 밀어붙여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베리타스 법률사무소 진시호 변호사는 “더 좋은 조건이 있는데도 이를 알면서 손해를 끼치는 계약을 했을 경우 배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TV중계권 계약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KLPGA의 강춘자 부회장과 김남진 사무국장이다. KLPGA측은 “SBS와 우선협상기간이어서 JTBC골프의 제안서를 열어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이사들은 “김 국장이 ‘JTBC골프가 준 제안서를 개봉하면 위법이 된다. 이미 협회 고문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이사회 진행 절차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 (JTBC골프의) 제안서를 개봉하는 순간 절차상으로 큰 문제가 된다’면서 의결을 종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선협상기간이라도 다른 업체의 제안을 받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다른 업체가 제안을 했다면 이를 지렛대로 삼아 우선협상업체와 더 좋은 계약을 얻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KLPGA 이사회는 제안서 개봉을 막고 우선협상 방송사와 계약을 서두르고 있다.
법무법인 나무 황민철 대표변호사는 “우선협상권이라고 해서 독점적·배타적 권리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며 ‘제안을 받으면 위법’이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이사들의 결정이 왜곡될 소지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의사결정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SBS 측이 제시한 64억원이라는 1년 중계권료가 KLPGA투어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골프협회 주관으로 지난 6월 열린 KIA 한국여자오픈의 경우 올해 SBS와 연 평균 6억5000만원에 2년간 계약했다. 지난해 1억원에 비하면 중계권료가 1년 새 6.5배로 뛰어오른 것이다.
1개 대회의 중계권료가 6억5000만원인데 32경기로 구성된 KLPGA투어 중계권이 64억원이라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유상건 교수는 “KLPGA투어 중계권의 가치는 100억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KLPGA투어 중계권료는 올해까지 1년 평균 47억원 수준이었다. 김남진 사무국장은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8일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