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암 수술 1년 뒤 디 오픈 컷통과 사우스게이트
07.16 23:32

2부 투어를 전전하던 매튜 사우스게이트(잉글랜드)는 2015년 7월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마친 뒤엔 2주 간 걸을 수도 없었다. 선수 생활은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다. 그랬던 그가 부활해 디 오픈에서 컷 통과를 하며 기적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우스게이트는 고환암 수술을 받은 지 딱 1년이 된 15일(한국시간) 디 오픈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이븐파를 기록해 4오버파 컷을 가볍게 넘겼다. 비바람 속에서도 이틀 내내 타수를 하나도 잃지 않고 잘 지켰다. 바람이 강해진 셋째 날에도 한 타만 잃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2010년에 골프의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고 화려하게 프로로 전향했다. 그러나 프로 데뷔 후 부진에 빠져 2부 투어에서 뛰어야 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7월 고환암 선고를 받았다.
골프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힘들었다. 스윙 할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고, 18홀을 걷기조차 힘들었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은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 본인의 클럽이 너무 무거워 여자친구가 쓰던 가벼운 골프 클럽을 잡고 연습했다.
그리고 4달 만에 부활했다. 11월 유러피언투어 Q스쿨에 응시해 6위에 오르며 투어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수술 이후 더 강한 정신력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그는 암 진단 이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5월 매킬로이가 주최한 아이리시 오픈에서 4위에 올라 생애 최다 상금 20만 유로를 받았다. 그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다. 이런 순간을 위해 평생 골프를 쳐왔다” 며 눈물을 흘렸다.
한 달 뒤에 또 경사가 생겼다. 로열 싱크 포트에서 열린 디 오픈 퀄리파잉에서도 우승하며 디 오픈 출전권을 얻었다. 그는 퀄리파잉 대회를 회상하며 “2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만큼은 누구도 날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디 오픈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어떤 실수도 할 것 같지 않았다”고 했다.
골프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도박사들은 2라운드 이후 사우스게이트의 디 오픈 우승 확률을 1/500(0.2%)로 봤다. 3라운드까지 1오버파로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사우스게이트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골프를 한다. 굉장히 흥분된다. 남은 주말을 즐기겠다"고 했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