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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된 ‘목소리’ 떠나고 새 ‘목소리’ 울린 디 오픈

07.16 19:25

디 오픈의 새 목소리 데이비드 랭카스터(왼쪽).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41년 만에 디 오픈에 다른 목소리가 울렸다. 40년 동안 디 오픈 1번 홀 티잉 그라운드를 지켜오며 선수 소개를 한 '디 오픈의 목소리' 이보르 롭슨이 떠나고 데이비드 랭카스터와 매트 코커가 마이크를 잡았다.

롭슨은 지난해 유럽 투어 최종전 DP월드 챔피언십을 끝으로 티잉 그라운드를 떠났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그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은 디 오픈 디펜딩 챔피언 잭 존슨은 “그의 목소리는 디 오픈의 일부였다”라고 했다. 유러피언투어에선 롭슨을 위해 로리 매킬로이 등 선수들의 감사 인사가 담긴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올해 이 자리엔 평범한 골프팬이었던 랭카스터와 동료 코커가 섰다. 랭카스터는 화술 전문가다. 기업 경영인들의 발표 능력을 키워주는 회사를 운영했다. 26세부터 시작해 올해로 59세이니 30년을 넘게 말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는 디 오픈을 주최하는 R&A 간부들을 교육하다 “직접 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고 흔쾌히 수락했다고 한다.

걱정도 많았다. 개막 전날엔 하루 종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 그린을 찾아가 몇몇 선수들에게 발음을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롭슨에게 노하우도 물어봤는데 “빠르고 명확하게 해라”라는 간단한 대답만 돌아왔다.

디 오픈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계속 조편성이 돼있다. 작년까지 이 일을 한 롭슨은 10시간이 넘도록 혼자 티잉 그라운드에 서서 쉬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고, 이를 위해 어떤 음료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랭카스터는 “물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물어서 허락을 받았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동료 코커와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랭카스터는 전통을 살리기 위해 롭슨의 억양과 비슷하게 선수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콜린 몽고메리의 이름을 호명하며 145회 디 오픈 챔피언십의 개막을 알렸다.

그는 “롭슨을 따라하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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