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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평의 기쁨과 절망, 로열트룬의 우표 홀

07.15 00:05

길죽한 로열 트룬의 그린. 아래쪽 벙커가 매우 위험한 관 벙커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던 스피스는 올해 마스터스 최종라운드 12번홀(파 3, 155야드)에서 쿼드러플 보기인 7타를 치면서 역전패했다. 9번 아이언 거리에 불과한 짧은 파 3홀에서 스피스의 꿈이 사라졌다.

올해 디 오픈이 열리는 로열 트룬 골프장에도 무시무시한 파3 괴물이 있다. 남자 메이저대회 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123야드짜리 8번 홀이다. 디 오픈이 열리는 골프장들의 홀 중에서 가장 짧다. 별명은 ‘postage stamp’로 우표, 혹은 비유적으로 매우 좁은 곳이라는 뜻이다.

로열 트룬은 전반 9홀은 비교적 쉽고 후반 9홀은 어렵다. 전반 홀들에서는 일반적으로 뒷바람이 불고 후반 들어가면 맞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 9개 홀 중 유일하게 8번 홀은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다. 맞바람이 분다.

전장이 123야드에 불과해 기본적으로는 쉬운 홀이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버디도 많이 나오고 파도 쉽다. 1973년 71세이던 진 사라센은 이 곳에서 홀인원을 했다. 역대 메이저대회 최고령 홀인원이다. 사라센은 다음날은 옆 벙커에서 그대로 홀인을 시켜 버디를 잡았다.

쉬운 이 홀에 바람이 불면 완전히 다른 홀이 된다. 문제는 대부분 맞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높은 곳에 있어 바람의 영향이 더 크다. 바람에 따라 샌드웨지에서 5번 아이언까지 클럽이 달라진다.

그린 폭이 10야드, 길이가 약 33야드인데 높은 곳에 있는 티잉그라운드에서 보면 더 좁아 보인다. 그린 크기는 약 300m²(약 90평)다. 일반적인 그린에 비해 크기가 절반에 불과하다. 작은 그린 크기 보다 더 무서운 건 벙커다. 모두 5개의 벙커가 우표 그린을 지키고 있다. 일단 오른쪽 두 개의 벙커가 겁이 난다. 경사가 벙커쪽으로 되어 있어 조금만 오른쪽으로 가도 이 벙커로 간다. 어른 키 보다 깊다.

이 벙커들이 무서워 왼쪽으로 치다가 실수하면 대형사고가 난다. 왼쪽에 있는 벙커는 별칭이 관(棺)이다. 관처럼 직사각형 모양이어서인데 들어가면 진짜 험한 꼴을 당한다. 오른쪽 벙커는 깊기는 하지만 공이 가운데로 모여 정상급 선수들이 탈출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러나 왼쪽 관 벙커에서는 공이 구석에 멈춰버린다. 한 번에 나가기가 어렵다.

핀과 반대쪽으로 내보내든지,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야 하는 상황도 나온다. 이 골프장 회원들은 왼쪽 벙커에 들어가면 그냥 이 홀을 포기하기도 한다.

로리 매킬로이는 연습라운드 도중 이 벙커에 들어가서 6번 만에 나왔다. 14일 1라운드에서 7번 홀까지 5언더파로 승승장구하던 버바 왓슨은 이 벙커에 들어갔다가 트리플 보기를 했다. 공이 벽에 붙어 그린 뒤쪽으로 빼내야 했고 러프에서 뒤땅까지 치고 말았다.

미야자토 아이의 오빠인 미야자토 유사쿠는 이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했고 비제이 싱은 더블보기를 했다.

1997년 마스터스에서 12타 차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 우즈도 그 해 이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했다.

이 골프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콜린 몽고메리는 “이 홀은 짧아도 힘들 수 있다는 것, 골프가 장타자들만의 게임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이나믹한 상황이 많이 나오는 이 홀에 올해 대회에 케이블을 설치해 공중에서 샷을 보여준다. 벙커 안에도 카메라를 설치했다.

골프를 아주 좋아하는 레알 마드리드 스타 웨일즈의 게리스 베일은 집 뒷마당에 3홀 짜리 골프장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일랜드 그린으로 유명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소그레스 17번홀과 오거스타 아멘코너의 첫 홀인 11번 홀이다. 마지막 하나는 로열 트룬 8번 홀이다.

트룬=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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