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지카 위험 어느 정도인지 불명확한게 올림픽 불참 이유"
07.13 18:51

김경태(30)와 왕정훈(21)은 작고 깊은 항아리 벙커에 공을 여러 개 던져 놓고 벙커샷을 누가 더 홀에 가까이 붙이나 경쟁을 했다. 아일랜드해에서 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링크스를 걷는 두 사람은 친형제처럼 다정해 보였다.
김경태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올림픽 남자 골프 출전권이 왕정훈에게 돌아갔다. 두 선수는 1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트룬에 있는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메이저 골프 대회 디 오픈 챔피언십을 앞두고 함께 연습라운드를 했다.
김경태가 전날 리우 올림픽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남자 골프의 출전권을 왕정훈이 물려받은 상태였다. 왕정훈은 유러피언 투어에서, 김경태는 일본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경태가 동생 왕정훈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양보한 모양새다.
김경태는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묻자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2006년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차지하면서 조국을 대표해 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꼈다. 그래서 올림픽에 꼭 참가하고 싶었는데 불가피한 이유로 포기했다. 아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김경태는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봤다. 가장 괴로웠던 건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의사들마다 의견이 달랐다. 3개월이면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1년도 넘어야 한다는 의사도 있다. 아직 약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골프 선수는 매주 다른 코스 컨디션과 싸운다. 여러가지 리스크도 많다. 그러나 가족의 안전에 대해서는 다르다. 조그만 위험에도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태는 "골프 종목은 모기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올림픽 기간 중 겨울이라 온도가 내려간다고 하지만 모기가 없어질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위험이 사라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김경태는 또 “내가 불참을 발표하기 직전 여자골프 박인비 선수가 올림픽 참가를 발표해 입장이 난처해졌지만 기왕 내린 결정을 주위 사람의 시선 때문에 바꿀 순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김경태는 또 후배 왕정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경태는 “정훈이는 샷 거리도 길고 퍼트 실력도 좋은 선수다. 현재 나보다 세계랭킹이 아래지만 나와 비교할 수 없는 큰 선수”라고 말했다.
왕정훈은 “태극마크를 달게된 건 무한한 영광이다. 디 오픈이 끝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가 브라질에 가기 위한 예방 주사 5방을 한꺼번에 다 맞고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트룬=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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