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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의 최다승과 박인비 명예의 전당

06.22 15:35

신지애는 지난 19일 JLPGA 투어 니치레이 레이디스 3연패에 성공하며 한국 선수 프로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세마 제공]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은 거인’ 신지애가 지난 19일 한국 선수 프로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신지애는 2005년 프로 데뷔 후 12년 동안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45승을 수확했다. 고(故) 구옥희의 44승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대단한 업적이었지만 신지애의 최다승은 크게 주목을 끌진 못했다.

그럼에도 신지애의 기록은 놀랍다. 신지애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11승,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 12승,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20승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아시안골프투어에서 각 1승을 보태 45승을 챙겼다. 아마추어 시절 프로 1승을 더하면 46승이다. 28세 나이에 이렇게 많은 우승컵을 수집한 선수는 적어도 현대 골프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28세 기준으로 박세리가 35승(아마추어 6승 포함),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청야니(대만)가 27승,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25승을 수확했다. 또래 중에서도 박인비 22승, 이보미 20승, 최나연 15승에 비해 월등히 많다.

세계여자골프에서 28세 나이에 신지애보다 많은 1부 투어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는 없다. 투어와 선수 수준이 저마다 다르지만 어떤 리그에서든 우승을 쟁취하는 건 어렵다. 엄청난 긴장감과 압박감을 이겨내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프로 골퍼들은 대개 ‘우승은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신지애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장례 조의금으로 악착같이 골프를 했고, 하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 그 많은 업적들을 이뤄냈다.

신지애는 박인비와 함께 ‘박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다. 박인비보다 먼저 주목을 받았다. 국내외 무대에서 ‘파이널 퀸’으로 위세를 떨쳤다. 2007년에 시즌 최다인 9승을 챙기며 국내 투어를 점령한 신지애는 세계무대로 진출했다. 2008년 LPGA 정식 멤버가 아니었음에도 10개 대회에 출전해 LPGA 투어 3승을 수확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는 메이저인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도 포함됐다.

정식 멤버가 된 2009년 그는 3승을 더 챙기며 LPGA 투어 신인왕과 상금왕을 차지했다. LPGA 투어 상금왕은 한국 선수 최초 수상이었다. 그리고 그는 2010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을 쌓은 그는 LPGA 투어에서 11승을 올렸다. ‘박세리 키즈’ 중 박인비(17승)를 제외하고 LPGA 투어에서 10승 이상을 기록한 건 신지애 뿐이다.

신지애는 2014년 LPGA 투어 시드를 포기하고 일본 무대로 옮겼다. 너무 빨리 모든 걸 이루면서 공허함이 찾아왔다. ‘이제 미국 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신지애는 새로운 꿈을 위해 일본에 정착했다. 신지애는 한·미·일 상금왕 최초 석권에 도전장을 던졌다. 어느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꿈의 기록이 그의 목표였다.

시드를 포기한 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신지애는 2014년 니치레이 레이디스에서 JLPGA 투어 첫 승을 올렸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신지애는 이 우승으로 다시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지난 19일 신지애는 이 니치레이 레이디스에서 3연패를 달성하며 구옥희의 최다승 기록을 넘어섰다. 골프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아버지 신제섭 씨도 대회장에 있었고, ‘아버지의 날’이기도 해서 여러 모로 의미가 컸다.


박인비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소화한 뒤 스윙 코치이자 남편 남기협 씨와 캐디 브래드 비처와 함께 명예의 전당 입회를 자축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박인비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명예의 전당 입회가 확정된 뒤 지인들과 함께 모여 축하파티를 했듯이 신지애도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 등과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박인비처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진 않았지만 신지애의 골프 인생에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신지애는 최다승 기록 달성에 대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 신지애라는 선수 이름으로 1승 1승 일구어 낸 기록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심 어린 소감을 밝혔다.

신지애는 2005년 프로 데뷔 후 벌써 12년이나 투어 생활을 하고 있다. 박인비보다 성인 무대에 더 일찍 뛰어 들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박인비가 더 오랫동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며 LPGA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건 박수 받아야 할 업적이다. 비록 최고의 무대는 아니지만 신지애도 일본 투어에서 빼어난 기량을 뽐내며 매주 우승 경쟁을 하고 기록 경신을 이어가고 있다. 신지애는 이미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의 최연소 명예의 전당 멤버가 되기도 했다.

신지애와 박인비 모두 어린 꿈나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한국여자골프의 큰 별이다. 신지애는 지난해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주니어 골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일본에서도 신지애의 이름을 건 주니어 대회를 개최한다. 골퍼 신지애의 도전도 계속된다. 그는 “일본 투어로 넘어오면서 목표로 삼았던 상금왕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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