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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 김봉섭, 하늘의 어머니에게 바친 세리머니

05.27 15:14

넵스 헤리티지 2라운드에서 6언더파 공동 7위에 오른 김봉섭. 2013년 모친상을 당한 그는 3년 째 버디를 잡을 때마다 하늘을 향해 세리머니를 한다.[사진 KPGA 제공]

오는 8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김봉섭(33·휴셈)은 요즘 골프 할 맛이 난다. 김봉섭은 지난 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27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골프장에서 열린 넵스 헤리티지에서도 2라운드까지 6언더파로 12언더파 단독 선두 최진호(32·현대제철)에게 6타 차 공동 7위에 올랐다.

2008년 투어에 데뷔한 9년차 김봉섭의 별명은 '헐크'다. 축구를 하다 골프로 전향한 그는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평균 300야드가 넘는 드라이브 샷을 친다. 김봉섭은 2012년 평균 309야드를 때려 장타왕에 올랐다.

일반적인 장타자들이 그렇듯 김봉섭도 쇼트 게임이 약점이었다. 시원시원한 롱 게임은 그의 최대 장점이었지만 무리한 투 온을 노리다 보기, 더블보기를 쉽게 범하는 온탕, 냉탕 플레이로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해 김봉섭의 헐크 샷은 자취를 감췄다. 시즌 초반 신장에 이상이 생겨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12개 대회에서 6번이나 컷 탈락을 당했다. 김봉섭은 "동계 훈련 때 좀 무리가 될 정도로 연습을 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투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쉽게 피곤함을 느꼈고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병마를 딛고 일어선 김봉섭은 달라졌다. 하루 600~700개나 연습 볼을 쳤지만 연습량을 확 줄였다. 파 5홀에서 무조건 투 온을 노렸던 플레이 스타일도 달라졌다. 올 시즌 김봉섭의 드라이브 샷 비거리 평균은 285야드로 40위다. 김봉섭은 "드라이버 대신 우드로 티샷을 할 때가 많아졌다. 3번 우드로 300야드 정도를 날릴 수 있지만 웬만해선 투 온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7일 열린 2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줄인 김봉섭은 버디를 잡을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는 듯한 세리머니를 했다. 2013년 설 명절을 한 주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어머니(故 우은숙)를 생각하는 행동이다. 김봉섭은 "어머니가 대회장에 오셨을 때 버디를 잡고 늘 보여드렸던 세리머니였다. 하늘에서라도 보고 계실 거라 생각해 3년 째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던 김봉섭은 올 시즌 다시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8월 13일 2년을 사귄 한 살 연하의 여자 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김봉섭은 "얼마 전 상견례를 했는데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러나 어머니도 분명 기뻐하실 것이다. 올 시즌엔 매 대회마다 3퍼트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우승도 언젠가는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날 2라운드는 안개로 경기가 3시간 정도 지연돼 오후 조가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잔여 경기는 28일 이른 오전 재개된다. JTBC골프에서 대회 3라운드를 28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홍천=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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