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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에서 부활 꿈꾸는 '왕년의 골프신동' 한승수

05.12 16:16

긴 터널을 지나 다시 환한 빛을 보게 된 한승수. 그는 "골프 클럽을 내려놓으니 다시 너무 골프가 하고 싶어졌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사진 이지연]

'왕년의 골프 신동' 한승수가 고국 땅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한승수는 아마추어 시절 최고의 선수였다. 2000년 골프를 위해 미국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한 그는 이듬해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14세8개월)로 본선에 진출했다. 2002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주관한 대회에서 5승을 거두면서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한승수의 5승은 10대 때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상 미국)이 한 해 거둔 승수(4승)를 뛰어넘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승승장구했던 한승수는 17세였던 2003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초청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학 2학년 때 프로로 전향한 뒤 조용히 사라졌다.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 2부인 웹닷컴 투어에서 잠시 뛰었을 뿐 어디에서도 그의 행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한승수는 "캐나다 투어를 거쳐, 중국, 아시아 투어 등지를 돌아다녔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성적이 나지 않았다. 가장 힘든 시간을 꼽기 힘들만큼 매순간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승수는 2014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결혼을 하고 가장이 되면서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이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승수는 "아마추어 때는 즐겁게 쳤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프로가 되면서 너무 생각이 많아졌다. 한 타, 한 타를 생각하게 됐고 생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더 안 됐고 골프가 하기 싫어졌다"고 했다.

한승수는 지난 해 상반기에 결단을 내렸다. 6개월 동안 클럽을 내려놓고 아예 골프를 잊고 살았다. 딸 아이(라희)가 생겼고 그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큰 변화는 골프를 다시 하고 싶어진 것이었다. 한승수는 "골프장에 너무 가고 싶었다. 쉬면서 골프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한승수는 지난 해 11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퀄리파잉(Q) 스쿨에 도전해 공동 27위에 오르며 올 시즌 투어 카드를 받았다. 12월 일본 투어 Q스쿨에 도전했고 수석 합격했다. 한승수는 "딸 아이가 태어나고 모든 게 잘 풀리기 시작했다. 다시 행복해졌고 골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됐다. 일본 Q스쿨 1위에 오른 것도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전화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승수는 올 시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투어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4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공동 23위를 했고, 일본 투어에서도 20위권대 성적을 냈다.

12일 대전광역시 유성골프장에서 개막한 매일유업오픈 1라운드에서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공동 18위에 올랐다. 한승수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욕심이 앞섰다. 우승을 목표로 했고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투어 활동을 즐겁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대회장에 너무 나오고 싶은 그런 기분을 요즘 느끼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단독 선두는 8언더파를 적어낸 김진성이다. 강경남, 김태훈, 박효원 등이 6언더파 공동 2위에 올랐다.

JTBC골프에서 대회 2라운드를 13일 낮 11시부터 생중계한다.

유성=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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