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 대회 컷 탈락 충격 문경준, 까까머리 변신
05.06 14:45

문경준(34)은 매경오픈을 앞두고 머리를 군인처럼 짧게 잘랐다. 원래 완전히 삭발을 하려고 했는데 헤어디자이너의 만류로 스포츠형 까까머리가 됐다.
올 시즌 한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미얀마 5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한 문경준은 지난 4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비장한 각오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그는 6일 경기도 성남의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타를 더 줄였다. 2위 박상현에 2타 앞선 9언더파 단독선두다. 문경준은 35회째를 맡은 매경오픈에서 대회 최초로 2연패를 겨냥하고 있다.
10번 홀에서 출발한 문경준은 11번 홀 6m, 12번 홀 7m 거리를 버디로 연결하며 기세를 올렸다. 15번 홀에서도 버디를 낚으며 8언더파까지 올라갔다. 2번 홀에서 첫 보기가 나왔지만 다음 홀에서 2m 버디로 만회했다. 18번 홀에서는 티샷 미스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디를 솎아냈다. 드라이버가 우측으로 밀렸고, 벙커 턱 근처에 떨어졌다. 스탠스가 너무 좋지 않아 세컨드 샷을 레이업해야 했다. 95m 남은 지점에서 시도했던 세 번째 샷도 러프에서 해야 했는데 핀 2m 옆에 절묘하게 붙여 버디로 연결했다.
사실 문경준의 샷감은 좋지 않았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컷 탈락을 하다 보니 심적인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문경준은 코스가 어려운 남서울 골프장에서 덤비기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안정적인 공략을 택했다. 파5 홀에서 2온의 유혹이 두 차례 정도 있었지만 안전하게 레이업한 뒤 계획했던 대로 공략했다. 그래서 큰 실수 없이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 문경준은 “이 코스에서는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라운드를 하다 보면 앞이 캄캄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인정하고 치다 보니 좀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문경준은 왼 손목과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날 라운드 전에도 치료를 간단하게 받았다고 한다. 그는 “왼 손목이 좋지 않아 그 동안 테이핑을 하고 경기를 해야 했다. 몸이 생각처럼 빠르게 돌아가지 않아 샷이 왼쪽으로 치우쳤다”며 “샷이 안 되기 때문에 실수를 최소화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테니스를 하다 20세 때 골프에 입문한 ‘늦깎이’ 문경준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프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빨간 바지를 입고 매경오픈 정상에 올라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는 모두 대회에서 컷 탈락 수모를 당한 탓에 ‘빨간 바지 마법’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빨간 바지를 입고 최종 라운드를 뛸 수 있게 됐다”며 멋쩍게 웃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문경준은 “아버지가 특히 빨간색을 좋아하고, 귀신을 쫓는 색깔이기도 하다”고 밝힌 바 있다.
부인이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기에 우승 선물을 해주고 싶다. 문경준의 둘째 아들의 태명은 ‘또승’이다. 4살이 된 첫 째 아들 지호의 태명은 ‘우승’이었다. 둘째의 출산 예정일은 7월이다. 문경준은 “이날 90%가 생각했던 것처럼 됐다. 남은 라운드도 덤비지 않고 전략대로 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매경오픈에서는 대회 2연패 우승자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최상호와 박남신, 김경태가 2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성남=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