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 문제의 12번 홀서 12야드 야디지 오차
04.12 17:36

조던 스피스는 11일 끝난 마스터스 4라운드 파 3인 12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면서 최악의 역전패를 당했다.
티샷이 물에 빠진 것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었다. 보기나 더블보기로 막았다면 우승할 수도 있었다. 문제는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이 물에 들어갔고, 다시 벌타를 받고 친 샷도 그린을 넘어간 것이다. 그러면서 파 3홀 쿼드러플 보기라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이상한 점이 있다. 스피스는 경기 후 “핀과 65야드 거리에 있는 드롭존에서는 스핀을 제대로 걸기 힘들어 80야드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피스는 드롭존이 아니라 공이 물에 빠진 곳과 홀을 연결하는 후방 선상으로 이동해 샷을 했다. 그는 세 번째 샷의 거리를 80야드로 알고 경기한 것이다.
그러나 대회 공식 홈페이지의 샷 트래커에 의하면 스피스의 세 번째 샷 지점에서 핀까지 거리는 68야드였다.
80야드와 68야드, 그 12야드 오차는 무엇일까.
가능성은 세 가지다. 샷트래커가 부정확할 가능성, 스피스가 인터뷰에서 숫자를 잘 못 말했을 가능성, 실제로 잘 못된 거리 정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다.
일단 기계인 샷트래커의 오류 가능성은 매우 작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표하는 샷트래커 거리는 레이저와 GPS를 이용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디렉터를 역임한 김원섭씨는 “마스터스에서 발표한 자료가 틀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람인 스피스 혹은 캐디의 실수에 무게가 실린다. 스피스가 인터뷰에서 숫자를 혼동했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작다. 그는 “65야드가 싫어 80야드로 갔다”고 구체적으로 말했다.
또 스피스는 세 번째 샷 뒤땅을 친 후 다섯 번째 샷을 샷트래커 상으로 딱 80야드 보냈다. 핀을 12야드 넘겼다. 스피스가 80야드로 알고 경기했고 실제 거리는 68야드라면 딱 떨어진다. 스피스가 인터뷰에서 정확한 숫자를 얘기했던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은 캐디가 핀과 실제 68야드인 거리를 80야드로 스피스에게 알려줬을 가능성이다. 여기서도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일부러 잘 못 알려줬을 수도 있고 캐디가 정확한 거리를 몰랐을 수 있다.
선수들은 긴장된 상황이 되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나 더 세게, 더 멀리 치기도 한다. 또 맞바람 때문에 공이 덜 나갈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캐디가 일부러 남은 거리를 늘려 불러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68야드를 80야드라고 불러주는 건 과하다.
웨지샷은 1야드도 매우 중요하다. 2013년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던 타이거 우즈는 15번 홀에서 공이 깃대에 맞고 물에 들어가자 2야드 뒤로 물러나 샷을 했다. 자신의 웨지 거리에 딱 맞는 위치에서 샷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벌타를 받았고 실격될 뻔했다. 웨지샷 2야드도 그렇게 중요한데 12야드는 엄청난 차이다. 웨지를 매우 잘 다루는 스피스이니 말 할 것도 없다.
결국 두 사람이 68야드 거리를 80야드라고 잘 못 알았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세계 최고의 쇼트게임 능력을 가진 선수와 이를 보좌하는 캐디가 12야드라는 엄청난 오류를 냈다는 것은 상식 밖이지만 이 추론이 가장 유력하다.
송병주 KPGA 경기국장은 “선수들은 70야드와 80야드 차이를 눈으로 쉽게 구분한다. 그 걸 구분하지 못한 게 이상하다”고 했다. 스피스는 세 번째 샷을 뒤땅을 쳤다. 눈으로 느끼는 실제 거리(68야드)와 캐디에게서 받은 정보(80야드)의 차이 때문에 더 혼란스러워 뒤땅을 쳤을 수도 있다.
송국장은 또 "선수들은 캐디가 불러준 거리와 자신이 측정한 거리를 비교해 거리를 확인한다. 둘 다 동시에 거리를 틀린 것을 보면 당시 둘 다 눈에 뭔가 씌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