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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깨운 여자친구의 한 마디

10.02 08:02

김대현은 1일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64강전에서 OB 4개를 하고도 석종율을 2홀 차로 이기고 32강에 진출했다. [KPGA]

‘왕의 귀환’을 알린 김대현이 우승 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김대현은 9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매일유업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제 김대현 시대는 끝났다’라는 혹평 속에서도 이빨을 숨긴 채 부활을 꿈꿨고, 마침내 3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김대현은 우승파티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갔다. 남은 대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대현은 “이제 발판을 마련했으니 ‘하루라도 더 연습하자’는 마음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7월부터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여자 친구의 한 마디도 마음가짐을 더 독하게 먹게 만들었다. 여자 친구는 우승 후 겉으로는 크게 기뻐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김대현에게 ‘더 죽도록 하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한다. 김대현 본인도 예전과는 달리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훈련에 매진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요즘 18홀 라운드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매홀을 1번 홀이라 여기고 티박스에 선다”며 단단한 마인드의 원동력을 설명하기도 했다.

1일부터 경기 용인 88골프장에서 열리고 있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김대현은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김대현은 첫 날 64강전에서 석종율을 2홀 차로 따돌리고 32강에 안착했다. 안개로 2시간 중단된 탓에 경기를 마치지 못할 뻔 했지만 김대현은 ‘암흑의 결투’를 승리로 장식했다. 올 스퀘어로 16번 홀까지 마친 상황에서 이미 필드는 너무 어두워져 경기 진행이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김대현은 공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마지막 2홀을 모두 가져왔다.

가장 늦게 경기를 마친 김대현은 “이렇게 어두운 상황에서 공을 치는 건 처음이다. 공이 보이지 않아 감으로 쳐야 했다”라고 한숨을 내뱉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김대현은 17번 홀 버디, 18번 홀 파를 기록했다.

김대현은 매치플레이를 좋아한다. 장타에 정교함까지 겸비하고 있는 김대현은 매홀 승부가 결정되는 매치플레이에 이점을 가질 수 있다. 2012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우승을 차지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2013년과 2014년 부진했을 때도 매치플레이 대회는 잘했다. 두 대회 모두 8강까지 진출했다. 2013년 8강 상대였던 송영한이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지난해 김대현을 8강에서 이긴 이기상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장타자들은 가끔 드라이브 샷 실수를 크게 한다. 김대현은 우승을 했던 매일유업오픈 3라운드에서 쿼드러플보기(양파)를 했고, 한 홀에서 4타를 잃기도 했다. 또 신한동해오픈 2라운에서는 파5 14번 홀에서 9온2퍼트로 섹스튜플보기를 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스트로크 방식의 대회라면 회복하기 힘든 치명타다. 하지만 매치플레이에서는 한 홀에서만 패하는 것이라 큰 실수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올해 64강에서도 김대현은 아웃오브바운즈(OB) 4개를 하고도 이겼다. 김대현은 “매치플레이는 상대가 어떻게 플레이 하는지를 잘 지켜봐야 한다. 상대의 볼 포지션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매치플레이를 잘 하는 비결 같은 건 특별히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상대의 플레이에 따라 공략에 변화를 주는 게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현은 대회 출전자 중 최고령인 신용진(51)과 16강 진출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JTBC골프는 대회 32강전을 2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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