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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 안고 돌아온 '도라에몽' 황중곤

09.03 07:03

황중곤은 올 시즌 2011년 1부 투어 본격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사진 KPGA]

시드 걱정은 잠시 제쳐두고 뜻 깊은 장소를 찾아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돌아온 도라에몽’ 황중곤의 이야기다. 황중곤은 2011년 1부 투어를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뒤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1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첫 승을 올리며 이름을 알린 황중곤은 이듬해도 승수를 추가하며 안정적으로 일본무대에 연착륙했다. 또 지난해에는 매일유업오픈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첫 승을 올리는 등 꾸준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올해 드라이버가 흔들리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황중곤은 올 시즌 JGTO에서 12개 대회 출전해 5차례나 컷 탈락했다. 392만 엔을 벌어 들여 상금순위 80위로 밀려나있다. 상금 순위 60위 안에 들어야 시드 유지가 가능한데 1개 대회라도 더 나가 상금을 쌓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 다수가 지난 주 메이저인 KPGA 선수권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유도 시드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황중곤은 매일유업오픈을 택했다. 총상금 3억원, 우승상금이 6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대회지만 황중곤은 타이틀 방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주 일본 대회 상금은 약 11억원이다. 지난 달 30일 귀국한 황중곤은 “대회가 열리는 대전 유성 골프장에 도착하니 기분이 너무 좋다. 우승을 했던 장소라 좋은 기운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설된 매일유업오픈에서 6타 차 우승으로 초대 챔피언이 된 황중곤은 “일본 투어도 있지만 지난해 우승했던 대회라 당연히 와서 타이틀 방어에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또 올 시즌에 부진한데 뜻 깊은 장소에서 2연패를 차지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트레이드마크인 검정색 뿔테 안경을 쓴 황중곤은 지난해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13m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을 자축하는 등 유성 골프장에 좋은 기억이 가득하다.

올 시즌 코리안투어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이후 두 번째다. 황중곤은 첫 대회에서 공동 15위를 차지했는데 한국과 일본 무대를 통틀어 최고 성적이다. JGTO 시즌 최고 성적은 지난 30일 끝난 KBC 오거스타 공동 24위다. 올 시즌 부진 이유로 드라이브 샷을 꼽았다. 그는 “올해 드라이버가 밀려 맞으면서 티샷부터 좋지 않다보니 고전하고 있다. 쉽지 않은 라이에서 세컨드 샷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전체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어려웠다”라고 설명했다.

7월 말 전반기가 끝난 뒤 4주 휴식기 동안 흔들리는 드라이버를 잡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리고 후반기 첫 대회인 KBC 오거스타에서 24위로 좋은 성적을 낸 것이다. 황중곤은 “이제 드라이버를 어느 정도 잡았기 때문에 성적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유성 골프장에서 페어웨이를 잘 지켜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듯이 이번 대회에서도 티샷을 신경 써서 할 것”이라며 “후반기 일본무대에서도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자연히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지만 러프가 길고 나무숲이 많은 편이라 티샷을 잘 보내는 선수가 유리하다.

지난해 함께 호흡을 맞춘 아버지 대신 이번에는 든든한 형이 캐디백을 멘다. 일본 투어에서 항상 연습 라운드를 같이 하는 조민규의 캐디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캐디는 조민규의 친형 조재익씨로 오랫동안 동생의 캐디를 맡았던 베테랑이라 황중곤의 2연패 도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황중곤은 원래 전문 캐디가 있었지만 올해 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 전반기를 끝내고 하우스 캐디를 쓰기로 했단다. 그는 “마침 재익이 형이 이번 주에 일본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백을 메주기로 했다. 덕분에 캐디 걱정을 덜게 됐다”라고 빙그레 웃었다.

3일 매일유업오픈 첫 날 상금랭킹 1위 최진호, 신인왕 포인트 1위 이수민과 함께 라운드를 치른 황중곤은 버디 8개, 보기 1개를 엮어 7언더파 공동 3위에 오르며 2연패를 향해 순항했다.

JTBC골프는 대회 1~4라운드를 낮 12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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