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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PGA 챔피언십의 기록과 저주

08.13 09:14

조던 스피스(왼쪽)는 2015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 잭 니클라우스도 달성하지 못한 '아메리칸 슬램'에 도전한다. 2010년 대회 우승문턱에서 좌절한 더스틴 존슨은 18번 홀의 저주를 풀어야 한다.

빛나는 기록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저주의 이름으로 기억될 것인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제97회 PGA 챔피언십이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쾰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복귀전을 비롯해 이야깃거리가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기록과 저주들을 모아봤다.

‘새로운 황제’를 꿈꾸는 조던 스피스(미국)는 이번 대회에서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아메리칸 슬램’을 노린다. 아메리칸 슬램이란 미국에 열리는 3개 메이저 대회를 한 해에 휩쓰는 것을 의미한다. 메이저 최다승(18승)에 빛나는 잭 니클라우스(미국)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정복하지 못한 기록이다. 마스터스를 시작으로 US오픈을 잇따라 정복했던 스피스는 디 오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록에 도전장을 던졌다. 22살의 스피스는 순해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욕심이 많다. 특히 강한 정신력과 빼어난 쇼트 게임을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스피스가 우승하고 매킬로이가 단독 2위를 하지 않는다면 세계 1위는 뒤바뀌게 된다. 또 스피스가 단독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매킬로이의 성적에 따라서 우승 없이도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있다.

스피스뿐 만 아니라 미국은 버바 왓슨, 더스틴 존슨, 잭 존슨, 리키 파울러 등의 우승후보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은 1982년 이후 33년 만에 메이저 4개 대회 싹쓸이를 겨냥하고 있다. 33년 전 크레이그 스테들러를 시작으로 톰 왓슨이 US오픈과 디 오픈을 정복했고, 레이몬드 플로이드가 PGA 챔피언십을 석권하며 일명 'USA 슬램'을 달성했다. 올해는 스피스가 마스터스와 US오픈의 우승에 이어 잭 존슨이 디 오픈을 제패했고, 이제 마지막 퍼즐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

휘슬링 스트레이츠는 ‘저주의 코스’로 악명이 높다. 우승자보다 18번 홀의 저주에 빠져 희생양이 된 선수들의 이름이 팬들의 뇌리에 더 박혀 있다. 520야드 파4 18번 홀은 페어웨이 좌우에 벙커와 깊은 러프가 도사리고 있고, 그린 앞쪽에는 풀숲과 워터해저드도 있다. 이 홀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로 평가 받는데 악마와 같다는 의미의 'Diabolical'에 설계자 피트 다이(Pete Dye)의 이름을 따서 ‘Dyeabolical’이라는 닉네임도 붙었다. 이 18번 홀로 인해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열린 두 번의 PGA 챔피언십은 모두 연장 승부로 이어졌다.

2010년 대회에서는 더스틴 존슨과 버바 왓슨이 희생양이 됐다. 1타 차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었던 존슨은 벙커인 줄 모르고 클럽을 지면에 갖다대는 실수를 범해 2벌타를 받고 공동 5위로 추락했다. 이 코스는 방석만한 벙커부터 항아리 벙커까지 1000개가 넘는 벙커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작은 것들은 맨땅인지 벙커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아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해 마틴 카이머와 연장전을 치른 왓슨은 18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져 우승컵을 놓쳤다. 장타자 왓슨도 티샷 조절이 어려운 이 홀에서 긴 거리의 세컨드 샷을 남겨뒀다. 세컨드 샷이 짧았지만 그린 근처까지는 갔다고 생각했지만 공은 해저드에 빠져 왓슨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2004년 대회에서도 1타 차 선두를 달리던 저스틴 레너드(미국)가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풀숲에 빠뜨려 보기를 적는 바람에 연장 승부를 허용했다. 결국 레너드는 연장전에서 비제이 싱(피지)에게 메이저 우승컵을 헌납했다. 또 존 댈리(미국)는 이 홀에서 양파(더블 파)를 치며 무너지기도 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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