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연 마크 레시먼, 메이저 최고 성적표
07.21 08:39
마크 레시먼(호주)이 디 오픈에서 역대 메이저 최고 성적표를 받았다.
레시먼은 21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끝난 제144회 디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타를 줄였다. 최종 15언더파로 잭 존슨(미국), 루이 우스트이젠(남아공)과 함께 네 홀(1·2·17·18번) 플레이오프를 치른 끝에 2오버파를 적어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레시먼은 연장 첫 홀에서 혼자 보기를 기록해 클라레 저그에서 가장 먼저 멀어졌다.
메이저 첫 승 도전이 아쉽게 좌절됐지만 레시먼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고, 이런 경기력을 보일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클라레 저그에 축하주를 마셨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무언가를 찾겠다”라고 말했다. 레시먼은 2013년 마스터스 공동 4위를 뛰어 넘어 본인의 메이저 최고 성적을 이번 대회에서 기록했다. 지난해 디 오픈에서도 공동 5위를 차지한 레시먼은 2년 연속 톱10을 기록하며 링크스 코스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레시먼은 올해 4월 마스터스 준비를 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내 오드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한 레시먼은 마스터스 출전을 포기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내는 독성쇼크 증후군이라는 심각한 병마와 싸우고 있었고, 나흘간 혼수 상태에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독감인 줄 알았지만 사람의 장기를 모두 마비시킨다는 얘기에 절망감에 빠졌다. 살아날 가능성이 5%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당시 레시먼은 나흘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해 4.5kg이 빠졌다고 한다.
다행히 아내가 회복되면서 레시먼은 3주 만에 다시 투어로 돌아왔다. 그는 “보기가 무슨 대수인가. 순식간에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라며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이야기를 했다. 레시먼은 이후 가족에 대한 애정이 더욱 애틋해졌다. “가족이 있기에 골프도 있고, 아내가 내 옆에 있어줘 하루하루가 새롭다”고 했다. 디 오픈을 마친 그는 22일 미국 버지니아 비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아내를 안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192cm의 장신인 레시먼은 이번 대회에서 300야드의 장타에 짠물 퍼트를 보여줬다. 그린이 어려운 올드 코스에서 3라운드 25개, 4라운드 27개의 퍼트 밖에 하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만 유일하게 퍼트 수가 30개를 넘었다. 총 21개의 버디를 낚아 이 부문 5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5년 프로로 전향한 레시먼은 한국과 인연도 깊다. 2006년 코리안투어에서 뛰면서 지산리조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듬해에도 한국에서 뛰기 원했지만 당시에는 별도였던 외국인선수 카테고리의 시드 순번이 낮아 출전하지 못하는 코리안투어도 있었다. 그래서 레시먼은 결국 다른 투어로 눈을 돌렸다.
레시먼은 2009년 PGA 투어에 진출했고, 그해 신인상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다. 2012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레시먼은 지난해 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3위, HSBC 챔피언스 9위를 차지하며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