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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스피스 올드코스에서 왜 실패했나

07.21 20:31

아쉬워하고 있는 스피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조던 스피스(22)는 18번 홀 두 번째 샷을 앞두고 핀까지 걸어서 거리를 쟀다. 티샷이 18번 홀과 나란히 있는 1번홀 구석으로 갔는데 거기서 홀까지의 거리를 몰랐기 때문이다.

스피스는 1라운드 18번홀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1라운드에서는 발로 재고 다행히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최종라운드에서는 발로 잰 거리가 정확하지 않았는지 어프로치샷이 약간 짧아 그린에 살짝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스핀도 너무 많았다.

공은 18번 홀 앞, 무덤이 있던 곳인 죄악의 계곡으로 굴러갔다. 스피스는 “웨지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메이저 3연승에 도전했던 조던 스피스의 도전이 실패로 끝났다. 골프 성지 올드 코스는 조던 스피스에게 디 오픈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주지 않았다.

이 곳에서 열린 2005년 대회 우승자 타이거 우즈는 14언더파, 2010년 우승자 루이 우스트이젠의 성적은 16언더파였다. 두 선수 모두 독주했다. 두 대회 모두 2위는 9언더파였다. 스피스의 14언더파라면 올드 코스 우승 스코어로 충분해 보였지만 3명이 15언더파를 쳤다. 스피스는 "US오픈에서보다 훨씬 잘 쳤는데 우승하지 못했다. 15언더파를 친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올드 코스는 13번부터 17번 홀까지가 지뢰밭이다. 전반에서도 매운 맛을 조금은 보여준다. 파 3인 8번홀이다. 전반 가장 어려운 8번홀과 메이저에서 가장 어려운 17번홀에 스피스가 도착했을 때 비바람이 세졌다. 올드 코스는 차세대 황제를 가장 강한 비바람으로 테스트했다.

8번 홀에서 스피스는 40야드 퍼트를 해야 했다. 그의 퍼터는 너무 강했다. 그린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퍼터로 1.2m 옆에 붙였는데 그 보기 퍼트를 넣지 못했다. 4퍼트로 더블보기였다. 당시 비가 많이 와서 그린에 물이 많았다. 스피스는 비를 의식해 강하게 때린 것으로 보인다.

박원 JTBC 해설위원은 “웨지를 매우 잘 쓰는 스피스는 거리가 멀고 그린 표면에 대한 확신이 부족할 경우 웨지를 썼어야 했다. 클럽 선택 실수”라고 말했다. 또 보기 퍼트를 앞두고 긴장했다. 넣어야 할 것을 넣지 못했다.

스피스는 이 더블보기로 완전히 무너지는 듯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다음 두 홀에서 버디를 잡고 어려운 16번 홀에서는 20야드에 가까운 내리막 퍼트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17번 홀은 너무 어려웠다. 2m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그래도 18번홀 버디를 잡으면 가능했다. 스피스는 티샷을 왼쪽 1번홀 쪽으로 쳤다. 18번홀은 페어웨이가 울퉁불퉁해 내리막 라이에 걸리면 불리하기 때문이다. 그의 티샷은 생각보다 왼쪽으로 갔다. 그러나 그 곳에서 거리를 몰랐다.

바로 옆에 드롭지역을 뜻하는 동그라미가 있었다. 이쪽으로 공이 자주 온다는 얘기다. 드롭위치에 갈 가능성이 거의 없더라도 거리 정도는 체크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거리를 몰랐다.

스피스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를 잘 모른다. 몇 년 전 지나가는 길에 한 번 들러 쳤을 뿐이다. 10대 때여서 깊이 있게 보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캐디도 경험이 많지 않다. 그래서 “85년만에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만큼 일찍 와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스피스는 미국 대회에 나갔다. 스피스는 “좋은 결정이 많았는데 18번 홀에서는 잘못된 웨지를 썼다. 8번 홀에서는 멘탈적으로 실수했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퍼트가 좋지 않았다. 마스터스에서 평균 홀당 1.39개의 퍼트를 했고 US오픈에서는 1.64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1.69였다. US오픈의 그린이 매우 울퉁불퉁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디 오픈의 퍼트가 매우 나빴다. 3퍼트는 마스터스에서 한 번도 없었고 US오픈에서는 2번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6번 나왔다. 그 중 한 번은 4퍼트였다.

1953년 벤 호건은 3개 메이저에서 모두 우승했다. 호건은 2주 전에 스코틀랜드로 와서 대회에 대비했다.

아널드 파머, 잭 니클러스, 타이거 우즈가 2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고 링크스에 왔다가 실패했다. 스피스도 호건의 옆으로 가지는 못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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