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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맞을 준비가 됐나요" 디 오픈 악천후 예고

07.16 21:20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돌풍을 맞을 준비가 됐나요.”

디 오픈에서 다섯 번 우승한 노장 톰 왓슨(66·미국)은 이렇게 말했다. 남자 골프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이 16일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개막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디 오픈에서 은퇴하는 왓슨은 경기를 앞두고 몰려오는 폭풍을 예보했다.

디 오픈에 비바람이 없으면 눈이 없는 크리스마스처럼 허전하다. 올해 골프 성지에서 열린 디 오픈은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전망이다. 1라운드가 열리는 16일 현지 시간 오후부터 강한 바람이 분다고 한다. 바람 속도는 시속 40km, 초속으로는 11m의 일기예보가 나왔다. 2라운드가 열리는 17일 오전에는 폭우와 바람이, 오후에는 비가 그치는 대신 바람은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한다. 초속 18m의 돌풍이 예보됐다.

선수들은 긴장하고 있다. 최근 2개 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과 3위를 하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5)는 “악천후로 예보된 2라운드가 승부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디 오픈의 악천후를 싫어하는 선수들이 있다. 마스터스에서 2번 우승한 버바 왓슨(37·미국)은 “솔직히 비가 오면 잘 치지 못한다. 이런 날씨 속에서 치르는 경기가 많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도 그랬다. 매킬로이는 2010년 디 오픈에서는 1라운드 메이저 최저타 타이인 63타를 쳤다가 2라운드 바람이 많이 불자 80타를 쳤다.

2011년엔 디 오픈 비바람에 고생하면서 7오버파로 스타일을 구긴 그는 “영국 악천후가 싫다. 나는 상대적으로 나쁜 날씨 속에서 경기해 불리했다”는 투로 불평을 했다. 그는 또 “1년에 한 번 있는 디 오픈을 위해 내 경기 스타일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로 승자를 가려야 한다"는 등의 비난이 터져나왔다. 4년이 지난 요즘 그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날씨 탓을 하지 않고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올해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우승한 조던 스피스(22·미국)는 어떨까. 기자회견에서 “그랜드슬램 도전을 앞두고 있는데 날씨 때문에 괴로워진다면 어떻게 하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스피스는 이렇게 답했다.

“재미있을 것이다. 좋은 날씨를 원했다면 캘리포니아에 갔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조건을 이겨내는 도전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다. 자신이 경기할 때의 날씨에 따라 운이 바뀌는 것은 안다. 적어도 오전 오후 따라 몇 타 차이가 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나쁜 날씨에서 경기하면 힘들다. 그러나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금요일은 모든 선수들에게 잔혹할 것이다. 오전과 오후 중 어디가 특별히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공평한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불공평함을 이겨내는 것도 우리 도전의 일부다. 잘 친 샷이 바운스가 나쁘게 튀거나 갑자기 분 돌풍 때문에 항아리 벙커에 들어가는 등의 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런 역경을 잘 처리해야 한다. 가능한 긍정적으로 보려한다. 그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들이 스피스의 그랜드슬램 도전의 발판이 됐다. US오픈에서 여러 선수들이 그린이 울퉁불퉁하다고 불평했는데 스피스는 이 울퉁불퉁한 그린에서 우승했다.

세인트 앤드루스=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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