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독한 남자' 어디에, 매킬로이 '장타 실종'
05.23 08:13
1년 전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얘기다. 매킬로이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인근 웬트워스 골프장에서 끝난 유러피언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에서 5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컷 라인에 4타가 부족했다. 지난 3개 대회에서 2승을 챙겼던 선수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진했고, 결국 4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도 물 건너갔다.
1년 전 매킬로이는 연인 캐롤라인 보즈니아키와 파혼 후 곧장 출전한 이 대회에서 16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필 미켈슨(미국)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던 매킬로이는 BMW PGA 챔피언십 우승을 시작으로 디 오픈과 PGA 챔피언십, 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까지 석권하며 승승장구했다. 연인과 헤어진 뒤 더욱 잘하는 ‘독한 남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타이틀 디펜딩을 노렸던 매킬로이는 1년 전과는 180도 다른 플레이를 보여줬다. 바로 일주일 전 대회와 비교해도 너무나 달랐다. 매킬로이는 버디를 6개 뽑는데 그쳤고, 보기 9개, 더블보기 1개를 범했다. 2라운드에서는 78타를 쳤다. 그리고 2라운드 후반 9홀에서 무려 42타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장기인 호쾌한 드라이브 샷이 나오지 않았다. 장타 실종이었다. 매킬로이는 1라운드 274.5야드, 2라운드 286,5야드에 지나지 않았다. 매킬로이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307야드가 넘는다. 거리뿐 아니라 방향도 종잡을 수 없었다. 매킬로이는 우측으로 밀리는 슬라이성 구질이 많이 나와 고전했고, 드라이버에 자신감도 없어 보였다.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이 50%에 불과했다. 티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빠져 타수를 잃기도 했다.
매킬로이는 동반자 제이미 도널드슨(웨일스), 마틴 카이머(독일)와 비슷하게 티샷을 날려 보냈다. 하지만 이들보다 그린 적중률이 떨어졌다. 이날 매킬로이의 그린 적중률도 50%에 머물렀다. 14번 홀 파3에서 온그린에 실패했고, 383야드의 짧은 파 16번 홀에서는 웨지를 잡고도 그린 공략에 실패해 보기를 하면서 무너졌다.
매킬로이는 사실 지난해 이전까지만 해도 이 대회와 인연이 없었다. 2012년과 2013년 연속 컷 탈락했다. 2012년 2라운드에서는 79타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적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매킬로이는 담담했다. 그는 “화가 나진 않는다. 다만 주말에 경기를 하지 못해 실망스러울 뿐”이라며 “우승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이번 대회 컷 탈락에 큰 의미를 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러피언투어에서 거의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 왔던 터라 매킬로이의 부진은 아쉬움을 남긴다. 매킬로이는 올 시즌 순수 유러피언투어 2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차지하며 강세를 드러낸 바 있다. 지난 3월 혼다 클래식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컷 탈락이기도 하다. 4주 연속 대회를 이어갔던 강행군 탓에 피로감이 쌓였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인지 매킬로이는 “주말 동안 이틀을 쉬며 재충전할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킬로이는 다음 주 자신의 재단이 주최하는 아이리시 오픈에 출전한다.
JTBC 골프가 23일 오후 8시30분부터 대회 3라운드를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