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열광+전율로 뒤덮인 롯데 챔피언십
04.20 07:07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역전의 여왕’ 김세영이 골프계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동반자 박인비, 김인경과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는 우승 경쟁을 펼친 그는 마지막 홀과 연장전에서 칩인 파-샷 이글을 낚으며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김세영이 연출한 ‘각본 없는 드라마’ 롯데 챔피언십을 숫자로 정리해봤다.
1: 김세영이 미국 무대에서 2승을 수확하며 시즌 첫 다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1위(85점), 신인왕 점수 150점을 획득해 1위(626점), 27만 달러의 상금을 보태 상금랭킹 1위(69만9735달러)에 올랐다.
2: ‘역전의 여왕’ 김세영은 LPGA 투어에서 거둔 2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국내 투어에서 거둔 5승을 합해 모두 7승이 역전승이다. 또 김세영은 공교롭게도 ‘긴 빨간 바지’를 입고 나온 2개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4: 탈진했던 김효주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 대회전까지 6주간 강행군을 펼쳤던 김효주는 12일 국내 투어에서 체력 저하를 호소하며 기권했다. 영양제 링거를 맞고 바로 다음 날 하와이로 건너온 김효주에게 우려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김효주는 최종합계 7언더파로 당당히 톱5에 들며 ‘국보급 소녀’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6: 6명의 한국 자매가 톱10에 진입했다. 우승자 김세영, 2위 박인비, 3위 김인경을 포함해 공동 4위 김효주, 최운정, 7위 신지은이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하며 태극기 물결로 가득 채웠다.
16: 18세의 아마추어 골퍼 이소영이 최종합계 1언더파 공동 16위에 올랐다. 스폰서 초청 선수로 출전한 이소영은 대회 평균 드라이브 샷 비거리 286야드의 대포와 함께 톱10 경쟁을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또 한 명의 아마추어 골퍼인 최혜진은 5오버파로 컷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17: 최종 라운드 17번 홀. 이 홀에서 김인경은 경쟁자 김세영, 박인비보다 두 번째 샷을 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붙였다. 그러나 김인경은 5m 버디 기회를 놓치며 3퍼트로 보기를 범했다. 반면 김세영은 3m 내리막 퍼트를, 박인비는 5m 퍼트를 집어넣으며 파 세이브를 했다. 1타를 잃은 김인경은 우승 경쟁에서 이탈하면서 우승의 꿈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18: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극적인 칩샷이 빛났다. 박인비가 어려운 20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트를 홀 바로 앞에 붙였다. 반면 김세영은 티샷을 물에 빠트린 후 어렵게 공을 그린 주변에 올려놨다. 반드시 칩샷을 넣어야 연장 승부가 가능했다. 김세영은 거짓말처럼 칩샷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69: 최종 라운드에서 하와이의 강풍이 가장 강하게 몰아쳤다. 선수들의 샷은 바람 앞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고 단 4명의 선수만이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주인공은 김효주, 산드라 갈, 펑샨샨, 우에하라 아야코로 이들 모두 69타를 쳤다.
154: 김세영과 박인비의 1차 연장전. 핀에서 두 번째 샷을 앞두고 약 154야드를 남겨뒀던 김세영은 8번 아이언을 잡고 거침없이 핀을 공략했다. 높게 솟구친 공은 워터 해저드를 살짝 넘어 턱에 맞았다. 턱을 맞고 앞쪽으로 튄 공은 두 번 정도 크게 튀더니 이내 홀컵으로 쏙 들어 갔다.
서창우 기자 seo.ch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