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 "게으른 천재 군에서는 용납 안 된다"
04.15 12:15

“충성 일병 허인회!”
거수 경례를 하는 허인회 일병에게 군기가 잔뜩 배어 있었다. 그는 인터뷰를 할 때도 두 주먹을 굳게 쥔 채 절도 있고 우렁찬 각오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8일 육군훈련소에 입대한 허인회는 올해는 JDX 상무골프단 소속으로 활약을 펼친다. 15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가진 상무 골프단과 JDX 멀티스포츠의 협약식에서 만난 허인회는 “게으른 천재라는 건 이곳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라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지난해 거리를 늘리기 위해 살을 찌웠던 허인회는 날카로운 턱선이 사라진 대신 몸이 불었다. 군에 입대한 뒤 그는 다시 날렵해졌다. 몸무게는 그대로였으나 지방이 근육으로 바뀌었다. 허인회는 “지방은 빠지고 근육이 늘어났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운동을 하고 있는데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라고 밝혔다.
허인회는 올해 한국프로골프협회가 개정을 바꾸면서 1부인 KPGA 투어 대회를 군인 신분으로도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상무 골프단 선수들은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허인회는 “그 동안 고마운 줄 모르고 프로 생활을 해왔다. 군에 들어와서 힘들게 훈련하고 생활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다. 쑥스러웠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지금껏 이렇게 많이 훈련해본 적이 없다. 얼마나 기량이 향상될지 저 자신도 기대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장타자 허인회는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신 골프 토너먼트에서 28언더파로 투어 최다 언더파 기록을 달성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1부 투어에서도 2승을 올리고 있는 스타다. 지난해 장타왕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체력 트레이닝을 많이 해서 거리가 더 늘어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3일 개막하는 KPGA 투어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JDX 상무 골프단 선수 6명이 모두 출전한다. 허인회를 비롯해 맹동섭, 박현빈, 박은신, 양지호, 방두환이 출전할 예정이다. JDX멀티스포츠는 골프 용품과 의류뿐 아니라 버스까지 지원하며 상무 골프단의 투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상무 골프단은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남자 골프 종목에 개인-단체 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2관왕을 하면 군인 연금(50~60만원)까지 받을 수 있어 의욕이 더욱 넘친다. 세계군인체육대회 골프 종목의 경우 현재까지 17개국이 참가 신청을 했고, 북한 군인들은 신청하지 않았다. 한국은 남자 종목에서 금메달 2개를 노리고 있다. 경쟁국은 미국과 바레인, 덴마크 등이다.
한편 지난 2월 27일 KPGA는 이사회에서 선수회와 협의 하에 상무 선수단 소속 6명이 모든 프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었다. 상무 선수단은 아마추어와 마찬가지라 참가 규모와는 별도로 번외 경기를 치르게 되고, 상금은 수령하지 않는다.
문경=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