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마리아인, 마스터스 징크스 깰 수 있을까?
04.10 10:09

파3 콘테스트 우승자 케빈 스트릴먼이 마스터스의 오래 묵은 저주를 풀 수 있을까.
스트릴먼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솎아 2언더파를 쳤다. 필 미켈슨, 패트릭 리드, 더스틴 존슨 등과 함께 공동 12위다. 선두 조던 스피스와는 6타 차다.
스트릴먼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다. 그는 개막 전날 9개 파3 홀에서 벌어진 이벤트성 경기인 파3 콘테스트에서 유명인과 가족에게 캐디백을 맡기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뇌종양을 앓고 있는 13세 소년 이선 카우치에게 캐디를 부탁했다. 이 소년은 코스를 돌며 스트릴먼에게 직언도 건넸다고 한다.
일일 캐디 카우치와 합심한 스트릴먼은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하면 기뻐해야 하지만 선수들은 이 이벤트 우승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1960년부터 열린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선수가 단 한 번도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릴먼은 징크스가 가득한 파3 콘테스트에서 소년을 위해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의 자세에서 도덕적으로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하는 사람을 일컫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1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징크스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오늘 훌륭한 경기를 했다. 전혀 스트레스 받지 않고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파3 콘테스트 우승컵을 들고 있는 케빈 스트릴먼과 일일 캐디 이선 카우치]
그렇다면 스트릴먼과 소년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 것일까.
ESPN에 소개된 사연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트레블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 스트릴먼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딸이 태어났다. 그는 아내의 산후 조리를 돕기 위해 병원에서 머물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아이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메이크 어 위시'라는 재단에 연락해 마스터스 참가를 희망하는 아이가 있는지 물었다. 재단 측에서 카우치라는 소년을 추천해줬다. 2년 전 뇌종양 수술을 받았던 소년은 소원이 있냐는 당시 간호사의 질문에 “마스터스에 꼭 가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는데 결국 꿈을 이루게 됐다. 카우치 가족은 스트릴먼의 전화를 받고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스트릴먼은 “이것은 나에 관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소망을 실현시켜주기 위한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을 거둔 스트릴먼은 징크스와 상관없이 우승 경쟁 역시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리더보드를 점령하고 있는 선수들 중 실력파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다. 그렇지만 본인의 마스터스 최고 성적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그는 이 대회에서 모두 3번 출전해 지난해 공동 48위가 최고 성적이다. 나머지 두 대회에서는 컷 탈락했다.
한편 스트릴먼과 파3 콘테스트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던 카밀로 비예가스는 이븐파 공동 31위에 자리했다.
서창우 기자 seo.changw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