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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입스 극복한듯 롱게임은 아직

04.10 07:56

타이거 우즈는 칩샷을 이용해 버디 3개를 잡았다. 그러나 드라이버와 아이언샷은 아직 예전같지 않았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타이거 우즈가 가장 큰 산을 넘은 듯하다.

우즈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벌어진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선두 조던 스피스에 9타 차가 나지만 성과는 많다.

우즈는 지난해 12월부터 칩샷 입스 증세를 보였는데 적어도 이날은 완전히 떨쳐버린 모습이었다. 오히려 이날 버디 3개가 모두 칩샷으로 잡은 것이었다. 우즈는 파 5인 2번 홀, 8번 홀, 13번 홀에서 2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는데 칩샷을 핀 1m 정도에 붙이면서 버디를 잡았다.

아멘코너의 한가운데에 있는 12번 홀에서도 칩샷으로 대형사고를 막았다. 153야드의 파 3인 이 홀에서 우즈의 티샷이 그린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물에 빠졌다. 그러나 우즈는 개울 건너에서 웨지로 핀 1m 정도에 붙여 보기로 막아냈다.

골프 선수에게 입스는 저승사자 보다 무섭다는 존재다. 선수들은 입스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려 하지도 않는다. 우즈는 지난해 12월부터 대회에 나올 때마다 칩샷 뒤땅을 치거나 얄게 때려 그린을 훌쩍 넘기곤 했다. 그의 전 코치이자 입스를 경험한 행크 헤이니는 "쉽게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즈는 이겨낸 것으로 보인다. 오거스타의 융단처럼 짧은 잔디 위 타이트한 라이에서 정교하게 칩샷을 했다. 과거처럼 천재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매우 날카로웠다.

우즈는 경기 후 "쇼트게임이 내 장점이다. 그래야 한다. 몇 달 동안 죽으라고 연습했다. 쇼트게임이 다시 내 장점이 됐다"라며 큰소리를 쳤다.

롱게임은 문제다. 드라이버를 몇 차례 왼쪽으로 당겼다. 9번 홀에서는 심한 훅이 나면서 옆 1번 홀에서 세컨드샷을 해야 했다. 우드로 친 다음 샷이 섕크가 나 클럽으로 땅을 내리쳤다.

아이언도 정교하지 못해 그린에 적중한 홀은 18개 홀 중 10개에 그쳤다. 파 3인 12번홀에서는 물에 빠지기도 했다.

롱게임으로 보면 우즈는 이날 77타 정도 치는 게 적당했는데 그걸 칩샷으로 방어한 것처럼 보인다가 일반적인 평가였다. 경기 후반에 들어서는 우즈의 롱게임은 전반보다 한결 나아졌다.

우즈는 롱게임도 긍정적으로 보는 듯 하다. 그는 “언더파를 칠 수 있는 날이었는데 그린이 너무 느려 오버파를 쳤다. 다른 선수들도 다 종일 그린이 느리다는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이날 롱게임 실력이 어땠든 우즈에게 성과는 크다. 가장 큰 산인 입스를 극복했기 때문에 다시 투어에서 경쟁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고 미래가 평탄하지는 않다. 잠복해 있는 허리 부상, 불안한 드라이버, 메이저 최종라운드 부진 증후군 등도 만만치 않게 높은 산이다.

우즈는 “9타 차지만 아직도 나는 (우승 경쟁에) 들어가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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