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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 커플, 같은 날 같은 장소 기적 같은 '동반 우승'

02.11 07:46

약혼한 커플인 리차드 그린과 마리안느 스카프노드는 지난 8일 호주 남녀프로골프 대회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해 골프계 새로운 역사를 썼다. [헤럴드선 캡처]

약혼한 커플이 한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각기 다른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리차드 그린(호주)과 마리안느 스카프노드(노르웨이)다. 이 커플은 지난 8일(현지시간) 호주의 서틴 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빅토리안 오픈에서 나란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같은 장소에서 남녀 대회가 동시에 열리는 것도 특이하지만 커플이 동반 우승을 차지한 건 골프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 둘은 시상식에서도 나란히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고, 강렬하게 키스를 하는 화끈한 세리머니로 부러움을 샀다.

피앙세인 스카프노드가 1시간 먼저 경기를 마쳤다. 그는 호주교포 오수현을 3타 차로 따돌리고 호주여자프로골프에서 첫 승을 거뒀다. 2005년 프로로 전향한 스카프노드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3승을 올리고 있는 실력파다.

그린은 피앙세의 경기 결과를 알지 못했다. 오직 자신의 경기에만 몰두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그린은 닉 쿨렌과 연장 승부를 치렀고, 두 번째 홀에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프로 대회에서 약혼 커플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반 우승을 차지하며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순간이기도 했다. 먼저 경기를 마치고 마음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 스카프노드는 연인의 품으로 달려가 와락 안기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린은 “만약 우리가 동반 우승을 한다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꿈처럼 이뤄냈다. 이런 포맷의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해 정말 놀랍다”며 “그 동안 떨어져서 각자 경기를 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피앙세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공감할 수 있었다”라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남녀 프로 대회가 동시에 열려 갤러리에게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예찬론도 펼쳤다. 그는 “흥미로운 남녀 동반 대회가 세계적으로도 많이 열렸으면 한다. 남녀 프로 선수들이 섞여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커플은 얼마 전 경기가 열린 대회장 인근에 함께 살집도 구했다. 지난 월요일에 안락한 보금자리를 계약했는데 일요일에 동반 우승컵까지 거머쥐는 행운을 누렸다. ‘대박’ 조짐은 지난 4일에도 있었다. 왼손잡이 그린은 대회 프로암 도중 파4 15번 홀에서 기적 같은 홀인원을 작성했다. 280야드로 드라이브 샷 거리가 길지 않은 그린이지만 390야드의 파4 홀에서 바람의 영향 등으로 믿기지 않는 홀인원을 낚았다. 높게 솟구친 공은 그린 턱에 맞고 크게 튄 뒤 오른쪽으로 꺾여 벙커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다시 벙커 턱에 맞고 튄 볼은 크게 바운드되더니 홀컵으로 빠르게 굴러 들어갔다.

알바트로스와 타수는 같지만 그 보다 더 어렵다는 파4 홀인원 확률은 1000만분의 1로 추산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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