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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짤강'의 안방마님 이지연과 이지연

02.02 14:05

이지연 기자와 이지연 프로. 이들은 유명 프로들의 스윙 팁을 분석해 아마추어 눈높이에 맞춘 레슨을 직접 진행한다. [사진 고성진 프리랜서]

이지연 프로와 이지연 기자의 첫 만남은 악연(?)이었다. 가장 껄끄럽다는 금전 문제로 얽히면서 안면을 텄다. 회사의 행정 업무를 보는 직원의 실수로 이지연 기자에게 지급돼야 할 돈이 이지연 프로에게 몇 달간이나 잘못 들어가면서 꼬였다. 이지연 기자가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지연 프로는 적지 않은 금액의 ‘공돈’을 뱉어내야 했고 울상이 됐다. 당시 J골프 한 프로그램의 해설을 맡았던 이지연 프로는 생각보다 많은 보수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가 허탈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둘은 친해졌고, 지난 1월 J골프에서 야심차게 오픈한 ‘골짤강(짧지만 강한 골프 레슨)’의 안방마님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108번뇌 해결의 구원 투수
불교에서 108번뇌는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고통과 즐거움을 비롯한 그 외의 모든 번뇌를 말한다. 호사가들은 골프의 홀 크기가 하필이면 108mm라 108 번뇌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인생에 비유되기도 하는 골프에는 그만큼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미스 샷을 낸 뒤 골프 클럽을 부러뜨리고 싶다가도 이내 샷이 잘 되면 눈 녹듯 분노가 사라진다.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되지 않아 클럽을 놓을 수 없는 ‘마력’도 있다. 이지연 프로와 이지연 기자는 골짤강을 통해 108번뇌의 구원 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골짤강은 J골프 온라인 홈페이지(www.jgolfi.com)를 통해 지난 1월 7일 공개된 동영상 레슨 서비스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최경주, 배상문을 비롯 세계랭킹 1위 박인비, 김효주, 유소연 등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톱랭커들의 레슨 엑기스를 모았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클래스 A멤버인 이지연 프로는 유명 프로들의 스윙 팁을 분석
하는 한편 아마추어 눈높이에 맞춘 레슨을 직접 진행한다.

이지연 프로는 J골프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투어 프로의 꿈을 접고 레슨 프로로 새 출발하면서 J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레슨은 2006년부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한 건 2010년부터다. 당시에도 대회와 레슨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100일의 기적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레슨 프로로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놓았다. 100일의 기적은 100일 동안 참가자들의 골프 실력이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지연 프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참가자들의 변화에 보람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도움을 줘서 뿌듯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지 그때 깨달았다”라고 했다.

2002년 골프 전문기자로 입사해 줄곧 골프 종목만 맡아온 이지연 기자는 유명 투어 프로들과 함께 작업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낸다. 14년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프로들과 함께 필드를 누볐던 그는 “골짤강을 위해 그동안 프로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축적된 자료들을 대방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복잡한 골프 방정식 요점만 ‘콕’
둘은 복잡한 골프 방정식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푸는 해답을 내놓을 것을 자신했다. 이지연 프로는 새해 벽두부터 ‘작심 30일 코너’를 진행해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회차 당 1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키워드를 콕 짚어 바쁜 일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레슨’으로 인기를 끌었다. 앞으로도 상황별 이슈별로 골퍼들의 궁금증을 즉각 해결할 수 있게 짤강들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지연 프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치기 위해 우선 자가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학원에서 생체역학과 심리학, 생리학 등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에너지 효율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골퍼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조급해 하는 것보다 왜 안 되는지를 먼저 분석해야 한다”며 “당장 단점이 보완되지 않아 화장실에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몸부터 먼저 이해하다 보니 그 원인을 찾게 됐다. 근력이나 유연성 등 몸이 따라주지 않는 신체적 제한 탓에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자신의 신체 비밀을 아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속 시원하게 얘기했다.

이지연 기자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게 골프지만 골프는 쉽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지녔다. 그래서 코너 명부터 ‘이지골프(easy golf)’로 달았다. 그는 “골프는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고 어렵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 다르듯이 스윙의 정석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골프가 가장 쉽고 편안한 골프”라고 했다.

초보 골퍼로 출발해 싱글 핸디캐퍼가 된 그는 아마추어 골퍼의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경험담도 기사에 풀어낼 예정이다. 그는 “유명 프로라고 해서 다 레슨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프로들을 수없이 만났지만 허인회와 박지은 프로의 레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허인회 프로는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콕 짚어서 얘기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또 박지은 프로는 세계 정상급 골퍼임에도 레슨을 할 때는 아마추어의 눈높이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며 이런 ‘눈높이 레슨’이 골짤강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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