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유행어 "유럽파도 오고~ 일본파도 오고~"
06.23 09:41

“유럽파도 오고~ 일본파도 오고~”
중흥기를 맞고 있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에서 최근 번지고 있는 유행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김응용 회장이 1990년대 해태 감독 시절에 구사했던 “동열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의 패러디 버전이다.
그만큼 KPGA투어의 요즘 분위기가 좋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금을 벌기 위해 일본과 유럽으로 떠났던 정상급 선수들이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다. 올해 KPGA투어는 19개 대회 144.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총상금 10억원 이상의 메이저급 대회가 무려 8개나 된다. 상금이 커지자 이상희, 김승혁, 강경남, 박상현 등 ‘일본파’들이 국내 대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유러피언투어 시드가 있는 양용은도 벌써 2개 대회나 출전하고 있다. 양용은이 2개 이상 국내 대회에 출전한 건 2013년 이후 4년 만이다. KPGA투어 시드가 없는 양용은은 스폰서 초청을 흔쾌히 받아 들이며 국내 팬들 앞에 서고 있다. 양용은은 "유럽 투어를 거르고 왔다"라고 할 정도로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위 시드권자 “뛸 대회가 없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22일 경남 양산 에이원 골프장에서 개막한 제60회 KPGA선수권에는 KPGA투어 시드 카테고리 순위 149번째 선수까지 출전했다. 지난해 이 대회 출전 커트라인은 162번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앞선 시드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는 13명의 선수가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는 의미다. 일본파와 유럽파 선수들이다. 올해 퀄리파잉(Q)스쿨을 48위로 통과한 ‘장타왕’ 출신의 마르틴 김(아르헨티나)은 “지난해와 시드 순위가 비슷한데 올해는 뛸 수 없는 대회가 여러 개 있다. KPGA선수권과 군산CC전북오픈도 출전하지 못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해외 투어와 전력적 협약을 통해 얻은 다양한 특전들도 선수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다. KPGA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유럽뿐 아니라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진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해 KPGA투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는 다음 시즌 유러피언투어 풀시드를 얻는다. 또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상위 3명은 유러피언투어 1차 Q스쿨을 면제 받을 수 있다.
지난 4일 끝난 코오롱 한국오픈의 우승과 준우승자는 메이저인 디 오픈 출전권도 특전으로 받았다. KPGA선수권 챔피언은 오는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PGA투어 CJ컵에 출전할 수 있다. 또 9월 말 열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자도 CJ컵 출전 티켓을 획득한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상위 3명도 CJ컵 출전 기회가 있다. 한국과 일본을 병행하고 있는 문경준은 “한국 대회가 많아지고 상금도 늘어나면서 이제 굳이 일본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과 달리 밥벌이의 문제가 아닌 선수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최진호는 해외 투어에 눈을 돌리지 않고 KPGA투어에 전념하고 있다.
한편 돌아온 일본파와 유럽파는 투어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바람의 아들’ 양용은은 22일 KPGA선수권 첫 날 보기 없이 버디 9개를 솎아내며 9언더파 공동 선두를 질주했다. 양용은은 8번부터 12번 홀까지 5연속 버디를 뽑아내는 등 눈부신 퍼트감을 뽐냈다. 양용은의 KPGA선수권 출전은 2003년 이후 14년 만이다. 양용은은 국내 투어에서 3승을 챙겼고, KPGA선수권에서 우승한 적은 없다. 2010년 10월 한국오픈 우승이 마지막 KPGA투어 우승이었다.
한편 이동하도 버디 10개를 낚으며 9언더파를 쳤다. 한국오픈 우승자 장이근은 7언더파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