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하나로 국내 남녀골프대회 동시 관전
06.21 08:31

남녀 프로골프 대회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카이도시리즈 5차전을 7월13일부터 나흘간 경남 사천의 서경타니 골프장에서 연다고 20일 밝혔다. 이미 개최가 확정된 여자 투어 카이도 MBC플러스 여자오픈과 일정이 겹친다. 카이도 여자오픈은 14일부터 사흘동안 이 골프장에서 열린다.
남녀 골프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초창기에는 여자부 경기가 KPGA투어 대회와 같은 코스에서 열렸다. 당시엔 여자 선수들이 많지 않아 남자 선수들이 모두 출발한 뒤에야 여자부 경기가 시작됐다. ‘그들만의 경기’였다. 상금도 남자 대회의 10%를 떼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1978년부터 10년간 KLPGA챔피언십은 KPGA선수권의 여자부 경기로 열렸다. KLPGA가 KPGA에 붙어 ‘셋방살이’를 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남녀 골프대회는 각각 다른 장소에서 열렸다. 이번에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남녀 골프대회를 여는 것은 후원사와 골프장의 요청 때문이다. 서경타니 골프장은 36홀이라 각각 다른 코스에서 남녀 경기를 열 수 있다. 코스가 인접해 있어 갤러리들은 한 장의 입장권으로 남녀 경기를 동시에 관전할 수 있다. 이번 대회의 주최하는 카이도의 배우균 대표는 “남녀 대회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을 마련했다. PGA투어 못지않은 콘텐트를 준비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남자 골퍼들의 호쾌한 드라이버 샷과 여자 골퍼들의 아기자기한 샷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남녀 선수들만 300명이 넘어 대회 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호윤 KPGA 국장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대회다. 하나의 클럽하우스를 써야 하고 2개의 방송 중계사가 투입돼
우려하는 상황도 없지 않다. 사전답사 등으로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이틀 스폰서와 골프장, 협회, 방송사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일환으로 갖는 업무협의도 이르면 다음 주에 열릴 예정이다.
총상금은 여자 5억원, 남자 3억원이다.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다고 하지만 남자 골퍼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다. 배우균 대표는 “상금은 변동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유러피언투어도 남녀 대회를 종종 같은 곳에서 개최한다. 지난 5월 모로코 다르 에스 살람 골프장에서 유럽의 남녀 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도 공동 마케팅에 합의한 뒤 2018년부터 남녀 대회를 같은 장소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