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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혁, "지금부턴 제가 아내의 종이 돼야죠"

06.11 18:52

김승혁과 최리씨. [데상트코리아 제공]

“이제 제가 종노릇을 해야 겠어요.”

김승혁(31)이 임신 6개월에도 곁에서 힘이 돼준 아내 최리(30)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승혁은 11일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클럽에서 열린 KPGA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이정환(26)을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치고 2년 8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이날 아내 최씨는 오전과 오후 9시간 이상 남편을 따라다니며 응원전을 펼쳤다. 산악 지형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해 15km 이상을 걸으며 남편의 우승을 간절히 빌었다. 힘든 내색도 하지 않았다. 김승혁은 “아내도 힘든데 경기 후 숙소에 돌아와서는 하루에 36홀 돌아 고생했다고 발까지 주물러 줬다. 너무 고마웠다”며 “이제부터 제가 아내와 아이를 위해 봉사를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승혁은 아내를 보면 좋지 않았던 기분까지 싹 풀린다. 라운드 중에도 아내와 아이컨택을 자주하는 김승혁은 “서로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가끔씩 아이가 있는 배를 쓰다듬기도 했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힘도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강행군을 소화한 아내도 싱글벙글이었다. 최씨는 “축하한다. 힘들진 않느냐”는 질문에 “괜찮아요. 감사합니다”라며 연신 고개 숙여 인사하며 대회장을 떠났다.

지난 3월 결혼한 김승혁은 가장의 무게감을 이겨냈다. 그는 “결혼 후 처음으로 한 우승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아내와 아이가 생겼는데 가장 역할을 해낸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잊혀지고 있는 선수였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김승혁은 지난 2014년 상금왕과 대상을 차지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부상 등이 겹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결혼 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김승혁은 KPGA투어 통산 3승째를 신고하며 부활을 알렸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올해 대상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1승을 하면 또 2승이 생각나기 마련”이라며 남다른 각오를 피력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이겨내야 했다. 그는 "이처럼 강한 중압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스트로크를 하고 나서 보니 어이없는 곳으로 공이 향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6번 홀에서 상대인 이정환이 벙커에서 핀으로 공을 붙이는 것을 보고 '하늘은 우승은 내 편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연장 첫 홀에서는 자신감이 있었다. 95m 거리에서 세 번째 샷을 앞둔 김승혁은 "'핀에 붙여서 컨시드를 받자'는 각오로 쳤는데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우승 상금 2억원을 챙긴 김승혁은 상금 순위 3위로 뛰어 올랐다. 올 시즌 초반 일본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김승혁은 내년 시드를 사실상 확정했다. 이로 인해 김승혁은 많은 특전이 걸려 있는 KPGA투어에 매진할 전망이다.

남해=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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