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물세례 받고 가슴 뻥 뚫린 최진호
05.21 17:47

“속 시원하다.”
최진호(현대제철)가 2년 만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 후 자신의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최진호는 지난해 KPGA투어 대상 수상자다운 ‘한 방’을 보여줬다. 또 챔피언 퍼트 후 첫째 아들 승언에게 처음으로 물세례 축하를 받아 더욱 시원했을 것이다.
최진호는 21일 SK텔레콤 오픈 우승 후 “올 시즌도 첫 승이 빨리 나왔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많은 3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과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30~40위권으로 부진했던 최진호는 “‘클럽을 바꿨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다’는 주위의 걱정들이 많았다. 저는 개인적으로 샷이 나쁘지 않아 괜찮았는데 그런 점들도 솔직히 신경 쓰였다”며 “이번 우승으로 그런 우려들을 날려버릴 수 있어서 속 시원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진호는 18번 홀 티샷을 하이브리드로 했다. 안정적으로 페어웨이로 보낸 뒤 우승을 예감했다고 했다. 그는 “18번 홀 티샷이 어렵기 때문에 드라이버를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승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던 홀은 14번 홀 파 퍼트로 꼽았다. 그는 “14번 홀 티샷 실수로 우측으로 공을 보냈고, 두 번째 샷도 그린 앞 러프에 떨어져 까다로운 파 퍼트를 남겨뒀다. 이 4m 파 퍼트 넣고 선두를 유지했기 때문에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이 대회 우승자인 최진호는 대회 전부터 19, 20언더파를 목표로 잡았다. 지난해 우승 스코어가 모두 17언더파였기 때문에 이를 뛰어 넘고 싶었다. 그는 “우승하든 안 하든 17언더파는 넘기고 싶었다. 19언더파 정도 돼야 연장 없이 우승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진호는 올해 목표 중 하나였던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첫째와 둘째를 낳고 우승 기념사진을 같이 찍었는데 셋째와도 우승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일찍 목표를 이뤄 기분이 좋다”며 “집에 액자가 없는데 가족 우승 사진들만 있다. 첫째 아이, 둘째 아이에 이어 이번에는 셋째 아이까지 기념 액자를 갖게 됐다”며 행복한 아빠 미소를 지었다. 아들만 3명인 최진호는 지난해 10월 셋째 승하를 낳았다.
아들 세 명을 키우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그는 “일단 집에서 연습은 불가능하다. 무조건 밖에서 다하고 온다”며 “집 안에서는 연습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 보니 코스에서 느낀 정신적인 부분과 복잡한 것들을 잊어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해 하반기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던 최진호는 “올해 정상적으로 완주하는 게 목표다. 체중 조절을 잘하고 좋은 음식 섭취 등으로 체력을 관리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밝혔다.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의 용도에 대해 “끝나고 우승 상금을 정확히 얼마인지 알았다. 일단 5월에 종합소득세를 내기 위한 현금이 필요했는데 마침 생겼다. 아내와 돈 얘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