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골프판 '캔디' 이상희의 소신
05.17 11:56

한국 남자골프의 대들보 이상희(25·호반건설)은 만화주인공 ‘캔디’를 닮았다. 힘든 여건과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꿋꿋하고 낙천적이다.
지난 1년 사이 이상희에게 여러 가지 시련이 닥쳤다. 아버지의 소세포 폐암이 재발했다. 본인은 지난해 하반기에 기흉 수술까지 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몸과 마음이 지치고 아팠다. 하지만 이상희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낙천적으로 생각하며 시련을 이겨냈다. 지난 7일 끝난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암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더 없이 큰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 이상희는 “자주 잘 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버지에게 힘이 될 것 같다”며 묵묵히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1년 전 SK텔레콤 오픈에서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감기 몸살로 병원을 오가는 ‘링커 투혼’ 끝에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솎아내며 우승을 차지한 것. 이상희는 18일부터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 하늘 코스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2017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장을 던진다. 또 이상희는 매경오픈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도 노린다.
2남1녀 중 막내인 이상희는 건강하고 밝게 자랐다. 막내라지만 갖가지 시련을 겪어서인지 성숙하고 진중한 면이 있다. 인터뷰장에서 이상희의 목소리는 항상 차분하다. 또렷하고 분명한 어투로 자신의 생각과 철학들을 거침없이 얘기하는 모습에서 확실한 주관도 느껴진다. 2012년 KPGA투어 대상 수상과 25세 이하 선수 KPGA 최다승(4승) 기록이 그저 얻어진 게 아니었다.
올 시즌 이상희는 ‘자신만의 골프’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저만의 골프 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시즌을 준비했다. 루틴과 생각, 일상생활 패턴 등을 확고하게 하고 싶다”며 “일정한 루틴 속에서 실수가 나오면 용납이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생각들을 하게 되고 좋지 않은 결과로 연결된다. 일관성 있는 저만의 골프 정립을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들이 ‘이상희 골프’의 원천이고, 성장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이상희는 2011년 NH농협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프로 신분 KPGA투어 최연소 기록(19세 6개월 10일)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듬해 KPGA선수권을 정복하며 대상 수상 영예까지 안았다. 올 시즌 최대 목표는 대상 수상이다. 올해부터 대상 수상자는 유러피언투어 시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의 목표가 됐다. 이상희는 대상과 더불어 상금왕도 탐내고 있다. 그는 “대상이 최우선적인 목표지만 상금왕은 획득한 적이 없는 타이틀이라 또 기대를 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 대회 출전 비중도 높였다”고 당차게 말했다.
올해는 KPGA투어 대회가 늘어 2승 이상을 해야 대상과 상금왕 수상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상희는 “메이저 2승으로 상향해서 목표를 잡았다. 그중 한국 오픈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내셔널 타이틀을 석권했다는 건 그만큼 시즌 준비를 잘 했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기도 하다”라고 의욕을 다졌다.
SK텔레콤 오픈 2연패 기록은 위창수(2001, 2002년)가 마지막이다. 이상희는 “2013년 KPGA선수권에서 연장 끝에 아쉽게 패한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저만의 플레이에 집중해 반드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상희는 18일 대회 1라운드에서 최경주, 최진호와 함께 오전 11시50분에 출발한다.
JTBC골프는 대회 1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