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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김승혁 "첫 우승의 강렬한 기억 다시 소환"

05.15 19:42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린 김승혁과 최리 씨는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김승혁 제공]

“첫 우승을 했던 장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다면 정말 의미가 남다를 것.”

새신랑 김승혁(31)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JTBC골프의 상암동 스튜디오를 함께 찾은 신부 최리(30) 씨는 듬직한 남편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15일 만난 김승혁은 2014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던 SK텔레콤 오픈을 앞두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아직도 챔피언 퍼트를 했던 장면이 생생하다. 당시 2.5m 퍼트를 넣고 우승을 확정 지었는데 실감이 잘 나지 않아 덤덤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김승혁은 3년 전 스카이72 오션 코스에서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김경태, 이태희 등을 1타 차로 제압하고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여세를 몰아 김승혁은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 오픈을 정복했고,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카이 클래식에서도 우승컵을 추가했다. 그해 김승혁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투어 대상과 상금왕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그는 “한국 오픈 때는 우승할 것 같은 자신감이 들 정도로 샷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곧바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김승혁은 메이저인 KPGA선수권과 한국 오픈에서 컷 탈락하는 등 톱10 1회에 머물렀다. 2015년 상금순위는 KPGA투어 56위, JGTO 78위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김승혁은 “몸과 마음이 다 지쳤고 골프가 풀리지 않다보니 성격도 공격으로 변했다”고 털어놓았다.

2016년 초 후배의 소개로 만나 흔들렸던 김승혁에게 힘을 불어넣은 ‘구세주’가 바로 지금의 아내인 최 씨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최 씨는 김승혁이 코스에서 겪은 짜증과 스트레스를 잘 받아줬다. 그때부터 ‘남다른 내조’를 했고, 남편의 부활 시동에 큰 힘을 보탰다. 김승혁은 “너무 미안한 부분이 많았는데 오히려 자기한테 다 풀라고 말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고백했다.



“너무 착하고 예쁘다.” 남자가 여자를 칭찬하는데 이보다 이상적인 표현이 또 있을까. 인형 같은 외모에 마음씨까지 예쁜 아내를 얻은 김승혁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항상 따라다녔다. 아내 최 씨는 김승혁의 매력에 대해 “유머러스하고 자상하다”고 표현했다. 코스에서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김승혁이라 다소 의외였다. 부산 출신으로 말투가 무뚝뚝한 김승혁은 쑥스러운 듯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해주고 잘 맞춰주는 그런 부분들이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경기 동백에 신혼집을 차렸고, 깨가 한참 쏟아질 신혼이지만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많다. 김승혁이 한국과 일본 투어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 최 씨는 한국 대회는 항상 따라다니지만 일본 대회는 도심에서 열리는 대회만 가끔씩 찾아간다. 김승혁은 “결혼 후에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 미안한 부분이 있다. 좋은 성적을 내야 그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게 됐다. 가정에 생기니 확실히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최 씨도 내조에 여념이 없다. 처음에는 성적이 좋지 않으면 괜히 자신의 탓을 했지만 지금은 내조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최 씨는 “가족들이 선수의 성적이 안 좋으면 괜히 신경을 더 쓰고 속상해 한다. 처음에 저도 그랬는데 이제는 ‘잘 해도 오빠 탓, 못 해도 오빠 탓’이라고 선을 그으니 오히려 둘 다 마음이 편해졌다. 골프를 잘 모르고 배운 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를 묵묵히 따라다니며 응원을 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신혼임에도 떨어져 지내는 부분에 대해선 “아쉬운 점이 많지만 편한 부분도 있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결혼을 하면서 하나에서 둘이 된 김승혁은 올 시즌을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KPGA투어 첫 출전 대회였던 매경오픈에서 3위를 차지했다. 또 JGTO에서는 톱10 2회를 비롯해 5개 대회에서 모두 40위 내 성적을 냈다. 김승혁은 “올 시즌 초부터 이제 컷 탈락에 대한 부담감 없이 경기를 하고 있다. 골프는 멘털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마음가짐과 믿음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샷과 몸상태도 2014년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전성기 때 샷감을 거의 되찾았다.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우승을 하는 게 목표다. 그 목표가 SK텔레콤에서 이뤄지기 바란다”고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투어 일정 탓에 신혼여행을 미뤄야 했고, 특별한 결혼 선물도 아직 못했다. 김승혁은 “아직 아내에게 특별한 결혼 선물을 하지 못했는데 우승만큼 좋은 게 없을 듯하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남편이자 가장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한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김승혁은 18일부터 나흘간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에서 열리는 SK텔레콤 오픈 2017에 누구보다 강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JTBC골프는 SK텔레콤 오픈 전 라운드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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