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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로 세계를 요리하다

05.11 14:35

가족처럼 끈끈하고 돈독한 관계인 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동반 인터뷰를 했다.[사진 고성진] (왼쪽부터)이미향, 문경안 회장, 최운정

컬러로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은 볼빅. 그 중심에는 볼빅 문경안 회장을 비롯해 팀 볼빅 선수단이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최운정과 이미향이 팀 볼빅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가족처럼 끈끈하고 돈독한 관계인 최운정과 이미향 그리고 문경안 회장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동반 인터뷰를 했다. 볼빅의 눈과 귀, 발이 되어 뛰고 있는 이들에게 컬러 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들어봤다.

컬러에 반하다, 볼빅에 반하다

지난 2011년 문경안 회장은 컬러 볼을 들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국내외에서 컬러 볼은 여성 골퍼들이 쓰는 볼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보수적인 미국은 골프 볼은 무조건 화이트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하지만 문 회장은 틈새시장을 노렸다. LPGA 2부 투어 후원과 1부 투어 선수들과의 후원 계약 등으로 점차 이름을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출발은 미약했을지 몰라도 볼빅은 컬러라는 날개를 달고 고속 성장했다. 볼빅은 지난해 한국 기업으로는 아홉 번째로 LPGA투어인 볼빅 챔피언십을 개최했다. 세계적인 장타 대회인 월드 롱 드라이브 챔피언십 공인구 후원 계약도 맺었다. 그리고 ‘장타왕’ 버바 왓슨(미국)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컬러 열풍은 태풍으로 바뀌었다.

계획대로 미국 진출 5년 만에 1부 투어 대회 개최에 성공했고, 2016년 기준으로 65개국 수출액만 800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1500만 달러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볼빅은 6년 만에 미국 시장 볼 점유율 5%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Q : 컬러 볼이 미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이 정도의 성장을 예상했나?
최운정(이하 운정) : 사실 이렇게 유명해질진 몰랐다. 전 세계적으로 무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미향(이하 미향) : 미국인들이 볼빅을 알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모자를 쓰고 다녀도 볼빅 로고를 단번에 알아봐줘 신기하다.
문경안(이하 경안) : 5년 동안 브랜드를 알렸고, 지난해 라이선스 사업까지 이어질 정도로 성장했다. 볼뿐 아니라 의류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까지 이제 꽤나 많이 알려진 것 같다.

Q : 볼빅의 성장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운정 : (웃으며)제가 오렌지 볼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향 : 우왕, 우왕~
운정 : 맞는 것 같은데… 일단 선수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고, 회장님의 열정이 대단하다.
미향 : 저도 그랬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아무래도 예쁘니까.
경안 : 골프는 크게 클럽, 의류와 신발, 볼이 있다. 먼저 볼을 가지고 브랜드 마케팅을 열심히 했고, 골프 전체로 확장하는 정책을 폈다. 이제 토털 브랜드로 가는 길목에 있다.

Q : 버바 왓슨이 컬러 볼을 사용하면서 이제 남성들도 볼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미국에서 몸소 느끼고 있는 변화가 있나?
운정 : 올해 제일 많이 느낀다. 왓슨이 계약하면서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이 먼저 물어온다.
미향 : 이제 투어 선수들이 먼저 볼빅 볼 사용에 대한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 볼빅의 장점을 선수들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안 : 버바 왓슨 이전에는 주로 LPGA에서 사용해왔다. 왓슨과의 계약 이후에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우리 볼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왓슨이 핑크 볼을 쓴 후 매출이 3배 정도 올랐다.


이미향(왼쪽)과 최운정은 LPGA우승 경험이 있는 팀 볼빅의 간판이다.

선수조차 반문,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볼빅은 LPGA 2부 투어 후원을 시작하고도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서러움을 겪어야 했다. 볼빅이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라 선수들조차 “넌 왜 그 볼을 사용하냐”라는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문 회장은 2012년 PGA 머천다이즈 쇼를 통해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팀 볼빅 선수들도 갈수록 향상되는 내구성과 퍼포먼스에 어깨가 펴졌다.

Q : 지금은 볼빅 브랜드를 대부분 알고 있지만 처음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미국 무대에 진출했을 때 컬러 볼을 보는 시각도 달랐을 것 같은데?
경안 : 2012년 PGA 쇼에서 설문을 했을 때 60%가 ‘컬러 볼을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컬러 볼에 대한 편견이 적다고 생각했다. 축구, 배구, 농구 등 다른 스포츠도 컬러의 화려함을 좇는 추세다. 언젠가는 컬러 볼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운정 : 한국 브랜드니까 처음에는 기존 브랜드에 비해 편견이 있었다. 선수들이 “넌 왜 그 볼 써”라고 핀잔을 주기도 해 아쉬웠다. 연습 볼을 쓸 때도 볼빅보다 더 안 좋은 볼을 선택해서 쓰는 경향이 있었고, 처음부터 시도조차 안 했다.
미향 : 2부 투어를 뛰었을 당시 볼빅 레이스 포 더 카드가 있었다. 또 2부의 마지막 대회였던 볼빅 챔피언십도 있었다. 그 대회 성적이 좋으면 상을 받는 등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볼을 쓰는 선수도 점차 늘어났다.

Q :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고 싶다. 초기에는 기술적으로나 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미향 : 컬러 볼이다 보니 웨지로 한 번 깎아서 치면 볼이 잘 까졌다. 그래서 볼을 조금 자주 바꿨다. 지금은 18홀 쳐도 한 번도 안 까질 정도로 발전했다. 부드러워지고 퍼팅할 때도 훨씬 더 좋아진 느낌이다.
경안 : 선수들한테 고마웠다. 초기에는 거리도 그렇고 스핀 측면에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볼을 쓰는 선수가 우승도 하고, 퍼포먼스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버바 왓슨이 직접 테스트하고 만족해서 바꿨다는 건 그만큼 기술력이 있다는 의미다.

Q : 이제는 LPGA투어 볼빅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등 위상이 달라졌는데.
운정 : 처음에는 선수들이 굉장히 놀랐다. 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니 “이렇게 큰 회사였어”라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볼빅이 삼성 같은 대기업인지 안다. 대회를 임하는 자세도 그렇고, 대회 홍보에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등 뿌듯함이 컸다.
경안 : 지난해는 볼빅이 어떤 회사인지 모르고 왔을 거다. 올해는 어떤 회사인지 알고 올 것 같아 더욱 기대된다.


문경안 회장. "LPGA와 KPGA, KLPGA, PGA 선수들로 팀 볼빅이 구성됐는데 합쳐서 3승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항상 목표는 3승이었다. 3승을 달성하면 선수단 전원 두바이 여행을 시켜주기로 했다"

3승 이상 거둬 두바이 여행 기대

지난해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에서 열린 LPGA 볼빅 챔피언십은 대회 준비 기간이 4개월로 짧았다. 하지만 갤러리 4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 개최로 1000개의 골프장이 있는 미시간 주에 볼빅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다. 골프장 프로숍과 매장 곳곳에 볼빅 볼의 전시가 이뤄졌다. 미시간 주는 미국 내에서도 세 번째로 골프장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2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서는 보다 풍성한 스토리들로 가득 찰 전망이다.

Q : 올해는 한국 선수, 팀 볼빅의 우승도 기대되는데 혹시 누가 우승할 것 같은가?
경안 : 우승해본 선수들이 유리하지 않을까.
운정 : 우리도 해봤다.
미향 : 저도 있다.
경안 : 아무튼 4명의 팀 볼빅 선수 중 누구라도 했으면 좋겠다.
미향 : 제가 했으면 좋겠다. 운정 언니만 이기면 가까워질 듯(웃음).
운정 : 미향이가 많이 컸다(웃음). 그래도 우승은 제가 해야 되지 않을까.

Q : 올해 팀 볼빅 선수단은 과연 몇 승이나 올릴 수 있을까?
운정: 잘 하면 3승.
경안 : 항상 목표는 3승이었다. 3승을 달성하면 선수단 전원 두바이 여행을 시켜주기로 했다.
미향 : 정말요?
경안 : 3승 선물로 두바이행 의견이 많이 나왔다. LPGA와 KPGA에 팀 볼빅이 있는데 합쳐서 3승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Q : 가족같이 허물없이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회장님의 술버릇이나 별명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운정 :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술을)잘 주신다. 별명보다 ‘두 번째 아버지’로 불린다.
미향 : 회장님께 처음 술을 배웠다. 그 자리에서 하나도 술이 취하지 않아 내가 정말 센 줄 알았다. 하지만 이후 언니들 하고 술을 마셨는데 전혀 세지 않다는 걸 느꼈다. 술 없는 송년회를 기대한다.
운정 : 술자리가 편해져서 그런 거지. 이제 너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아 너무 걱정 안 해도 될 듯(웃음).
미향 : 이제 선수 보호 좀 해주시길.
경안 : 못 마시는 것보다 잘 마시는 게 낫단다. 일본이나 외국에 나가면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한 잔씩 하는데 술은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운정 : 술은 회장님한테 배우는 걸로.

Q : 회장님과 라운드도 많이 해봤을 것 같다. 혹시 비신사적 행위를 한다거나 조크 같은 게 있나?
미향 : 정말 잘 치신다. 선수한테 이기려고 한다(웃음). 그래서 시합보다 더 집중하게 된다. 퍼팅을 정말 잘하신다. 가끔 퍼팅 팁도 주신다.
운정 : 핸디캡 10개를 우리한테 주기도 한다.

Q : 얼마나 서로를 잘 알고 있는지 ‘친밀도’ 테스트를 해보겠다. 문경안 회장은 이미향 선수가 첫 우승한 대회에서 몇 차 연장 끝에 우승을 했는지 기억하나?
경안 : 알 것 같다. 5차 연장 아닌가(이미향은 2014년 미즈노 오픈에서 5차 연장 끝에 이일희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Q : 최운정 프로의 가족은 몇 남매이고, 몇 번째 딸인가?
경안 : 4남매 중 셋째. 거의 매일 보는데 모를 수가 없다.

Q : 회장님의 자녀는 몇 명인가?
운정 : 2명, 1남 1녀를 두셨는데 저는 셋째 자식이다.
미향 : 저는 넷째(웃음).

Q : 회장님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몇 시간일까?
미향 : 주무세요? 밤늦게 사무실에 갈 일이 있었는데 계속 계시는 걸 봤다(놀라움).
경안 :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자지.

Q : 어떤 점이 이미향 선수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경안 : 정말 대단한 효녀다.
미향 :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아이고 민망해라.

문경안 회장과 최운정, 이미향의 컬러풀한 토크는 끝없이 이어졌다. 여느 아버지와 딸보다 더 다정해보였고 행복한 웃음이 피어났다. 최운정은 문경안 회장에 대해 “단순히 돈을 주면서 후원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아빠 같다”고 말했다. 막내 이미향은 언니 최운정에 대해 “언니는 정말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겨준다. 외국 선수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서고, 매년 10월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앞두고는 외국 선수들을 초대해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알리는 대단한 일을 한다. 나도 언니처럼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향의 칭찬에 으쓱해진 최운정은 “미향이가 사회 생활하는 법을 안다”고 받아넘겼다. “미향이는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도 깍듯이 예의를 차린다. 조금 있으면 밥 대신 진지라는 단어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야자를 트게 해주겠다”고 하자 촬영장은 폭소 바다가 됐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 2017 LPGA 볼빅 챔피언십
일시 : 5월 25~28일(현지 시간 기준)
장소 : 미국 미시간 주 마이애미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
총상금 : 130만 달러
우승 상금 : 19만5000달러
출전 인원 : 144명
코스 : 파 72, 6709야드
코스 레코드 : 65타(에리야 쭈타누깐 외 2명)
디펜딩 챔피언 : 에리야 쭈타누깐(15언더파 273타)
특이 사항 : 한국 골프용품 업체 최초 LPGA투어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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