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 치고 빨간 바지 입는 '크롱' 맹동섭
04.23 17:38

‘악어’에서 ‘크롱’으로.
맹동섭의 별명 변천사다. 크롱은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에 나오는 '사고뭉치' 새끼 악어 캐릭터다. 그래서 사실 별명의 변화가 크게 없는 셈이다. 맹동섭은 우람한 등근육을 바탕으로 장타를 때리는 악어 정도로 묘사하면 될 것 같다. 우락부락한 외모와는 달리 꽤 정감이 가는 별명이다. 우승자가 입는 그린 재킷을 입은 맹동섭의 모습은 크롱과 더욱 흡사해보였다.
맹동섭은 23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서 19언더파 대회 최소타 기록으로 우승했다. 그는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 군대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2, 3승 차곡차곡 쌓아서 2017년을 맹동섭의 해로 만들겠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맹동섭은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07.5야드를 기록할 정도로 호쾌한 장타를 날렸다. 발달한 등근육으로 클럽을 당겨주는 힘이 빼어나 파워풀한 스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맹동섭은 2개월간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비거리 증대에 힘썼다. 그는 “트레이너와 함께 전지훈련에 가서 주 3회 집중적으로 체력 훈련을 했다. 거리가 확실히 늘었다. 드라이버 거리는 15~20야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7년 6개월 12일 만에 통산 2승째를 챙긴 맹동섭은 3타 차로 비교적 여유로운 선두였지만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많이 떨렸는데 인내해서 우승까지 홀인할 수 있었다. 긴장을 이렇게 많이 할지 몰랐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리더보드를 볼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최종일 샷이 좋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보기 2개만 기록했는데 이날 보기를 3개나 적었다. 그는 “샷이 4일 중 오늘이 가장 좋지 않았다. 대신 퍼트로 승부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12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가 되기도 했다. 그는 “박효원의 샷이 OB가 되는 것을 보고 ‘바람을 많이 타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탄도를 낮게 해서 쳤는데 말려서 OB가 났다”며 “하지만 박효원과 타수 차가 있어서 보기만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다음 샷을 잘 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맹동섭은 이 홀을 보기로 막았다.
제대 후 복귀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맹동섭의 목표도 상향됐다. 그는 “한국오픈보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다. 그 대회 우승을 하면 PGA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티켓을 얻기 때문이다. 단 한 번이라도 미국 무대를 밟고 싶은 게 모든 프로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2009년 첫 우승 때와 기분은 분명히 달랐다. 맹동섭은 “그때는 골프를 잘 몰랐다. 신인 때 우승하고 나서 조금 자만했던 것도 있다. 이후 우승 기회가 왔지만 잘 살리지 못했다. 올해 우승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며 “시즌 개막 전에는 욕심이 별로 없었는데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맹동섭의 해를 잡겠다. 목표를 크게 잡고, 매 라운드 3언더파 60타수대를 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맹동섭은 이날 빨간 바지와 흰색 셔츠를 입고 나섰다. 이제 맹동섭의 마지막 날 트레이드마크는 빨간 바지가 될 전망이다. LPGA투어에서 뛰는 김세영도 빨간 바지가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빨간 바지를 상당히 좋아한다. 최종 라운드에 빨간 티셔츠를 입는 우즈를 따라하면 좀 그럴 것 같아서 빨간 바지를 택했다. 사실 2라운드 때 입으려고 했는데 아껴뒀다가 4라운드에 입게 됐다”고 강조했다.
포천=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