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씨름, 앞구르기 시범 특별했던 KPGA 미디어데이
04.17 17:35

즉석 허벅지 씨름과 앞구르기 세리머니에 이어 치맥 공약까지. 개막을 앞두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의 스타들이 팬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호텔서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 KPGA 코리안투어 미디어데이는 기존의 기자회견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선수들이 단상에 앉아 말로 출사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무대가 울릴 정도의 앞구르기 세리머니 시범을 보일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았다. 김봉섭은 김인호의 도전장을 받고 즉석에서 허벅지 씨름 대결을 펼치며 남다른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덕분에 팬들은 골프장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선수들의 비명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팬과 함께 하는 미디어데이답게 톱랭커들은 어려울 수도 있는 팬들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줬다. 이날 참석한 한 팬은 ‘헐크’ 김봉섭과 허벅지 씨름을 할 지원자를 요청했다. 겉으로 허벅지 둘레가 비슷해 보이는 ‘호빵맨’ 김인호가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단상에 의자 2개가 놓였고, 김봉섭과 김인호가 마주 보며 앉았다. 장타왕 출신인 김봉섭은 한때 허벅지 둘레가 27인치에 달할 정도의 근육맨이었던 까닭에 유리해보였다.
김봉섭이 먼저 선봉을 했고, 김인호가 방어를 했다. 5초간 생각 외로 잘 버텼던 김인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죄송합니다”하며 패배를 시인했다. 이번에는 김인호가 공격을 시도했지만 승패는 더 빨리 갈렸다.
선수가 선수에게 질문하는 코너도 있었다. 김인호는 퍼포먼스가 약한 김태우에게 ‘혹시 제가 하는 퍼포먼스를 실제 우승 세리머니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김태우가 “실제로 여기서 보여주면 하겠다”라고 답하자 김인호는 잠시 주저하더니 단상으로 다시 뛰어 나왔다. 우승 퍼트를 하고 기뻐하는 상황 설정을 한 김인호는 앞구르기를 한 뒤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포효하는 ‘화려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김인호의 시범에 “정말 실제로 할 줄은 몰랐다”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낸 김태우는 “팬들과 약속이니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연습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인호가 김태우에게 세리머니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태 KPGA 선수회 회장은 화끈한 우승 공약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대하는 시즌이다. 만약에 우승을 하게 되면 팬클럽 회원들 모두에게 치맥(치킨+맥주)을 쏘겠다”고 말했다. 치맥 공약에 50여 명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반겼다.
훈훈한 공약들도 이어졌다. 지난해 대상과 상금왕에 오른 최진호는 “주흥철 선수를 보면서 올해는 저도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또 최진호는 우승 공약으로 팬클럽과 동반 라운드를 약속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2000만원을 기부한 주흥철은 “올해 우승을 하지 않더라도 버디를 할 때마다 적립금을 정해 기부할 계획이다. 우승을 한다면 또 일부를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들간 공방도 흥미로웠다. 주흥철이 김봉섭에게 몸매 관리 비결을 물었다. 그러자 김봉섭은 “형은 체지방율이 많다. 일단 유산소 운동이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많이 뛰세요. 파이팅”이라며 격려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든든한 체구를 지니고 있는 주흥철은 자신을 자책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동갑내기 이창우와 김남훈 사이에도 흥미로운 설전이 오갔다. 먼저 김남훈이 이창우를 자극했다. “우승 없이 언제까지 방귀만 낄 것이냐”고 쏘아 붙였다. 그러자 이창우는 “신인인 남훈이는 잘 모를 수도 있다. 아마추어 때 우승을 하긴 했지만 프로 전향 후 우승하는 게 어렵구나라는 것을 느꼈다”며 “제 걱정을 하기보다 자신을 더 걱정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창우는 김남훈이 신인왕 목표를 밝히자 ‘과연 신인왕이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며 도발했다. 그러자 김남훈은 “창우는 아마추어 때와는 달리 확실히 1부 투어가 다르다고 겁을 주는데 이전 경험을 토대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10명의 선수들은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2017 KPGA 개막전이 열리는 경기도 포천의 대유 몽베르 골프장으로 향했다. 대장정의 시작을 알리는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은 20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JTBC골프는 대회 전 라운드를 20~23일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