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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마쓰야마, 한일 자존심 건 진정한 승부 이제부터

02.07 09:08

마쓰야마 히데키(왼쪽)와 안병훈은 PGA투어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을 걸고 진정한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Copyright ⓒ멀티비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일 끝난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피닉스 오픈에서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아시아 선수간 치열한 우승 경쟁이 벌어진 것. 그 대상이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여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괴물’로 불리는 안병훈과 마쓰야마 히데키는 성장하고 있는 젊은 선수라 잠재력 측면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로는 안병훈이 마쓰야마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세계랭킹부터 마쓰야마는 5위, 안병훈은 40위다. 마쓰야마는 PGA투어 통산 4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안병훈은 아직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피닉스 오픈에서도 둘은 14번 홀까지 16언더파 공동 선두를 달렸지만 마쓰야마가 결국 연장 끝에 우승했다. 1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던 안병훈은 6위에 머물렀다.

마지막 날 우승 향방은 집중력과 배짱에서 갈렸다. 전반까지 잘 버텼던 안병훈은 후반 들어 우승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초조함을 드러냈다. 15번 홀에서 1m 버디 퍼트를 놓친 게 결정적이었다. 뒷심 부족을 드러냈던 안병훈은 17, 18번 홀에서 연거푸 보기를 적으며 우승에서 멀어졌다.

반면 마쓰야마의 뚝심이 빛났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루틴을 가져간 마쓰야마는 템포와 리듬을 끝까지 유지했다. 16번과 18번 홀 갤러리의 함성에 리듬이 흐트러져 어드레스를 풀고 재차 스윙을 했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리고 피 말리는 연장전에서도 침착했다. 상대방의 플레이에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했고, 보기 위기도 꿋꿋하게 잘 넘기며 결국 연장 네 번째 홀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두둑한 배짱을 보여줬다. 마쓰야마는 연장전 승부에서 3전 3승을 기록하고 있다.

안병훈과 마쓰야마는 주니어 시절부터 명성을 날리며 성장하고 있다. 둘 다 동양 선수 치곤 체격이 좋은 편이다. 마쓰야마는 180cm, 안병훈은 188cm이다. ‘꿈의 무대’라 불리는 마스터스 출전은 안병훈이 빨랐다. 2009년 US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안병훈은 이듬해 마스터스에 출전하는 등 큰 무대를 밟았다.

안병훈보다 한 살 어린 마쓰야마도 일찍 마스터스에 출전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으로 참가하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주목 받았다. 안병훈이 컷 탈락한 반면 마쓰야마는 10대 때인 2011년 아마추어 최고 성적인 공동 27위를 차지해 골프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2년에도 마쓰야마는 컷 통과에 성공하며 일본 골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마쓰야마는 프로 무대에서도 빠르게 적응했다. 2011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태평양 마스터스에서 첫 승을 챙겼다. 그리고 2013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4승을 챙기며 상금왕을 차지했다. 그해 메이저 대회인 US오픈과 디 오픈에서 연속 톱10에 진입하며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뽐냈다. 2014년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마쓰야마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PGA투어 첫 승을 챙기는 등 승승장구했다.

마쓰야마는 스윙 템포가 느린 편이다. 백스윙 톱에서 한 번 정지했다가 내려오는 스윙이 인상적이다. 마쓰야마의 스윙은 흡사 박인비의 스윙과 유사하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특이한 스윙을 구사하고 있는 그는 일정한 템포와 스윙 궤도를 유지하며 견고한 경기를 하고 있다.

반면 안병훈은 주니어 시절 반짝했다 사라졌다. 프로무대에 올라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PGA투어 시드가 없어 유러피언투어부터 먼저 문을 두드렸다. 1부가 아닌 2부인 챌린지 투어부터 뛰었고, 3년 동안 유럽 전역을 돌며 내공을 쌓은 끝에 1부 투어로 진출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경험이 있어서 안병훈은 2015년 1부 투어 첫 해부터 잘 적응했다. 유럽 제5의 메이저로 꼽히는 BMW PGA 챔피언십을 석권하며 우승도 맛봤다. 그해 빼어난 활약상을 선보여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유러피언투어 신인왕의 영예도 안았다.

세계랭킹 30위권으로 껑충 뛰어오른 안병훈은 초청 선수로 종종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다 올해 본격적으로 PGA투어를 소화하고 있다. 안병훈은 아직 PGA투어 우승 경험이 없고 준우승이 역대 최고 성적이다.

올 시즌 기록이 안병훈과 마쓰야마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마쓰야마는 68.71타로 평균 타수 1위,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 6개로 2위, 그린 적중률 77.78%로 6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안병훈은 평균 타수 73.02로 193위,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 3.75개로 140위, 그린 적중률 70.83%로 111위에 그치고 있다. 특히 안병훈은 드라이버 정확도가 38.39%에 머물러 223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안병훈이 수치상 마쓰야마보다 앞서는 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뿐이다. 안병훈은 피닉스 오픈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11.4야드로 310.8야드의 마쓰야마에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마쓰야마는 올 시즌 최대 드라이브 샷거리가 388야드에 달할 정도로 장타 능력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마쓰야마는 최근 8경기(일본 투어 포함)에서 5승을 챙길 정도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PGA투어 페덱스컵 1위에 올라 있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우승컵도 들어 올렸다. 세계랭킹 5위인 마쓰야마는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랭킹을 넘어 1위까지도 넘볼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안병훈은 마쓰야마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게 많다. 하지만 세계 톱랭커로 성장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PGA투어 첫 시즌을 맞는 올해가 안병훈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안병훈은 마쓰야마 같은 톱랭커와 매주 경기를 하며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첫 우승을 위해서 마쓰야마 같은 큰 선수도 잡아야 한다.

안병훈과 마쓰야마는 한일 골퍼의 대표성을 안고 미국 무대에서 맞붙게 됐다. 지금까지가 전초전이었다면 4월 첫 메이저인 마스터스부터는 한국과 일본의 자존심을 건 진정한 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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