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골프 올해의 뉴스]③남자골프 '베테랑 전성시대'
12.28 00:12

남자골프에서는 베테랑들의 관록이 돋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의 우승자 평균 연령이 22.3세에 불과했는데 남자골프 4대 메이저 대회 챔피언의 평균 연령은 34.5세로 높았다. 물론 여자와 남자골프의 전성기와 신체나이는 다르다. 그럼에도 남자골프에서 노장들의 활약은 눈부셨다. 남자골프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평균 연령도 38세에 달했다.
마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올해의 선수는 32세의 더스틴 존슨(미국)와 40세의 헨릭 스텐손(스웨덴)이었다. 둘은 풍부한 경험과 관록을 바탕으로 젊은 패기를 누르고 투어를 지배했다. 존슨은 US오픈을 석권했고, 스텐손은 디 오픈을 정복했다. 특히 스텐손은 디 오픈 최초로 20언더파를 치며 기록을 경신했다.
첫 메이저인 마스터스에서 대니 윌렛(잉글랜드)이 정상에 올랐다. 윌렛은 잉글랜드 출신으로 닉 팔도 이후 두 번째로 오거스타를 정복했다. 원래 윌렛은 아들 출산으로 마스터스 출전이 불투명했다. 출산 예정일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였다. 하지만 12일 일찍 태어난 아들 덕분에 마스터스에서 운명적으로 우승했다.
윌렛은 출전 선수 중 보기가 8개로 가장 적었다. 반면 우승 경쟁을 했던 스피스는 보기 10개, 더블보기 3개, 쿼드러플 보기 1개를 범했다. 특히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스피스가 12번 홀(파3)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4타를 잃는 바람에 윌렛이 반사이익을 봤다. 당시 윌렛은 “스피스의 스코어가 잘못된 줄 알았다. 누군가 스피스의 스코어를 다시 7언더파로 돌려놓을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윌렛은 첫 번째 그린재킷을 입으며 스타탄생을 알렸다.
존슨은 US오픈에서 ‘메이저 불운’의 꼬리표를 뗐다. PGA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인 존슨은 메이저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지난해 US오픈에서는 4m 거리에서 3퍼트를 해 우승을 놓쳤다.
존슨은 올해 ‘3퍼트 악몽’을 털어냈다. 벌타 논란을 이겨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려 의미를 더했다. 존슨은 5번 홀에서 그린 위의 공이 움직여 경기위원에게 신고했다. 호출된 경기위원은 당시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12번 홀에서 다시 존슨에게 와서는 벌타를 줄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우승 경쟁을 벌였던 존슨은 벌타 여부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존슨은 5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하지만 벌타 때문에 4언더파가 됐다. 다행히 벌타가 우승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렇지만 USGA의 미숙한 경기 운영에 비난이 쇄도했다. 결국 USGA는 벌타 논란에 사과까지 해야 했다.
스텐손은 필 미켈슨과 디 오픈에서 골프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8타를 줄인 스텐손은 20언더파로 17언더파의 미켈슨을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를 품었다. 미켈슨도 훌륭한 경기를 했지만 스텐손은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스텐손은 코스 세팅이 어려운 메이저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0개(보기 2개)를 잡아냈다. 미켈슨도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이글 1개로 65타를 쳤다.
지미워커가 PGA챔피언십의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차지했다.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는 지미 워커가 우승했다. 워커는 37세 베테랑이다. 특히 워커는 최종일 메이저 대회에서 20언더파를 친 유이한 선수인 스텐손과 제이슨 데이를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워커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낚아 3타 차로 도망갔다. 하지만 데이가 18번 홀(파5)에서 이글을 낚아 1타 차로 추격했다. 워커는 마지막 홀에서 세 번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리긴 했지만 11m로 남은 거리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워커는 2퍼트로 홀아웃하며 우승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냈다. 본인의 메이저 대회 첫 승이었다.
세계랭킹 순위를 보면 베테랑 선수들의 맹활약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29세 데이가 1위, 27세 로리 매킬로이가 2위, 32세 존슨이 3위, 40세 스텐손이 4위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