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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 "닭가슴살로 몸 만들었어요"

09.23 18:19

인천공항 입국장을 나선 뒤 활짝 웃고 있는 안병훈. 8월 올림픽 때에 비해 살이 조금 빠진 그는 "어머니(자오즈민)가 살을 빼라며 닭가슴살과 두부만 해줬다"고 농담을 했다.[사진 신한금융그룹 제공]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하는 안병훈이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세계랭킹 35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안병훈은 이 대회에 지난 해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다.

영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안병훈은 장시간의 비행에도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8월 중순 끝난 올림픽 이후 3주를 쉬었고, 유러피언투어 2개 대회에 출전한 뒤 다시 1주의 휴식 시간을 보냈다.

안병훈은 지난 주 열린 유러피언투어 이탈리아오픈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실격을 당했다. 악천후로 순연된 3라운드 경기에서 5개 홀을 마치지 못한 뒤 이튿 날 나머지 경기를 치렀는데 스코어 카드를 잘 못 적어 경기 뒤 실격됐다.

15번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지만 16번 홀에서 보기를 한 것으로 표기해 경기 뒤 밥을 먹다가 실격 통보를 받았다. 안병훈은 "비가 와서 우비를 챙기는 등 정신없이 경기를 시작했다가 연필을 챙기는 것을 깜박했다. 경기를 마친 뒤 한꺼번에 스코어를 적었는데 카드에는 제대로 적었지만 동반자에게 보기를 한 홀을 잘못 알려줬다. 선두와 큰 차이가 안 나 아쉽기도 했지만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느린 말투와 넉넉한 풍체처럼 여유있는 성격이다. 프로 데뷔 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유러피언 2부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기다리는 것에 점점 익숙한 성격이 됐다. 안병훈은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린다. 지난 주 대회도 그렇고 마스터스 때 목부상으로 1타 차 컷 탈락을 당한 것도 그렇고 아쉬운 대회를 꼽자면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는 잘 했던 대회, 좋았던 점을 기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병훈은 지난 해에 비해 올해 더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승만 없을 뿐 고른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안병훈은 지난 5월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취리히클래식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2주 전 유러피언투어 KLM오픈에서는 단독 3위에 올랐다. 안병훈은 "지난 해에는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즌 말에 나아졌다. 그러나 올해는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우승이 없더라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열린 리우 올림픽은 안병훈을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공동 13위에 오른 안병훈은 "출전 선수 중 딱 내 랭킹에 맞게 성적이 나왔다. 만족하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했다. 다음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안병훈은 올림픽 이후 살이 빠졌다. 휴식 기간 동안 열심히 체력 운동을 했고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병훈은 "미국 올랜도 집에 오신 어머니(자오즈민)가 '살을 빼라'고 구박을 했다. 맛있는 음식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매일 닭가슴살과 두부 같은 건강식만 먹었다. 그래서 살이 빠진 것 같다"고 웃었다.

안병훈은 올해 대회에서도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안병훈은 "지난 해 신한동해오픈은 터닝포인트가 된 대회였다. BMW PGA 챔피언십 이후 부진하다가 우승하면서 다시 자신감을 찾았다. 부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우승한 것도 의미가 컸다. 최근 드라이버 티샷 방향에 조금 문제가 있는데 티샷만 잘 되면 올해도 우승을 노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활약을 펼친 안병훈은 내년 시즌 PGA투어 풀 시드를 확보한 상태다. 안병훈은 "올해 목표는 PGA 투어 카드 확보와 세계랭킹 50위였는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세계랭킹을 유지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다 이루게 된다. 해마다 정한 목표대로 이뤄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내년 시즌부터 PGA 투어에 집중하기로 한 안병훈은 이미 내년 목표까지 정해놓은 상태다. 안병훈은 "내년에는 플레이오프 시리즈인 페덱스컵 최종전에 나가는 것이 목표다. 주위에서는 연습량이 많지 않아 '게으르다'는 평가도 하는데 일종의 '연막작전'이다. 사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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