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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만 2승 주흥철 "대회 못 나올 뻔 했다"

09.04 17:13

군산에서 다시 우승한 주흥철. [사진 KPGA]

주흥철의 다섯 살 아들 송현이는 태어나자마자 심장과 폐로 가는 혈관이 막히는 병을 앓았다. 2013년에 대수술을 받고 호전됐지만 완치되진 않았다. 아직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며 클 때까지 병을 지켜봐야 한다. 2014년 군산 오픈에서 첫 승을 거둔 뒤엔 아내와 아들을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올해는 일본에서 떠돌았다. 대기 선수였고 경기도 안 풀렸다. 9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는 겨우 2번 했다. 상금은 243만2250엔(약 2600만원)만 벌었다. 일본까지 가서 적자를 봤다. 그래도 일본 투어에 전념하고 군산 오픈에는 나오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골프가 너무 안돼서 화가 났고, 자신감이 떨어졌고, 실망했다. 지난 주 대회도 성적이 좋지 않아 기권하고 한국에 들어와 버렸다. 군산 오픈은 참가 신청만 해두고 나올 생각은 없었는데 마침 한국에 들어와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출전한 대회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컵을 들었다. 그는 4일 열린 군산 오픈에서 최종 12언더파로 1타 차 우승을 차지했고, 상금 1억 원도 확보했다.

이번엔 울지 않았다. 주흥철은 "오늘 아내는 나오지 않았다.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톱5 정도를 목표로 보고 나왔다”며 “아내와 아들 이야기를 하니 울컥하긴 했지만 울 정도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또 “가족이 있으니 골프에 전념하게 돼 실력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흥철은 경기 중에 리더보드를 계속 확인하는 편이다. 선수들의 성적에 맞춰 플레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최종라운드 선두에 오른 뒤부터 타수를 지키는 전략을 폈다. 그는 “선두가 된 걸 확인했고, 바람 때문에 어려워서 파만 잡자는 생각으로 갔다. 타수를 지키면 잘하면 우승, 못해도 연장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전은 통했다. 14번 홀에선 해저드 근처에 볼이 떨어졌지만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주흥철은 그 때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홀에서도 세컨드 샷이 짧아 핀 15m 정도 지점에 떨어졌지만 2퍼트로 타수를 지켰다. 마지막 1m 파 퍼트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한다.

한민규는 마지막 홀 10m 버디 퍼트가 홀을 스쳐 연장전에 가지 못했다. 한민규는 주흥철의 절친한 후배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전에서 함께 운동해 굉장히 친하다. 주흥철은 “18번 홀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들어가는 줄 알았다. 아끼는 후배라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했다.

우승 상금 1억은 대출금을 갚는데 쓸 예정이다. 올해 초 용인의 넓은 집으로 이사했다. 2년 전에도 상금을 대출금을 갚는데 쓴다고 말한 그는 “평수를 넓혀서 이사할 때마다 우승했다. 또 이사 가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일본 Q스쿨도 버리고 한국 투어에 전념할 예정이다. 신한 동해 오픈이 욕심난다. 매번 초반 성적이 좋다가 막판에 무너졌다.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군산=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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