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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금메달 받으세요' 박인비 금빛 입국 순간

08.23 10:48

박인비는 자신에게 골프 클럽을 쥐어준 할아버지 박병준 씨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JTBC골프]

‘골프 여제’ 박인비가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을 한 뒤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인 할아버지 박병준(84) 씨에게 가장 먼저 금메달을 건넸다.

이날 새벽 4시께 박인비는 입국장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이른 시간임에도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고, 한 매체는 현장 연결을 통해 ‘박인비의 입국 장면’을 실시간 생중계로 내보내기도 했다. 박인비를 가장 먼저 맞은 건 바로 할아버지였다. 골프 클럽을 가장 먼저 쥐어주며 ‘골프 여제’ 박인비의 탄생을 이끈 은인이었다. 할아버지는 국민을 대표해서 꽃목걸이를 손녀의 목에 걸어주고 뜨거운 포옹을 했다.

할아버지는 “내 손주 인비가 이제 국민의 딸이 된 것 같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을 흘리는 할아버지에게 박인비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주며 감사함을 전했다. 84세 박병준 씨는 ‘올림픽 전초전’이었던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30도가 넘는 불볕 더위 속에서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틀간 36홀을 돌며 손녀를 응원하기도 했다. 박 씨는 2014년 연말 위암으로 투병 중이었음에도 손녀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모습을 보기 위해 한일 국가대항전이 열린 일본으로 직접 건너와 응원을 하는 등 첫 손주 박인비의 사랑이 유별나다.

박인비는 다음으로 어머니 김성자(53) 씨를 끌어안고 감격을 함께 나눴다. 당초 어머니는 박인비와 남편 남기협 씨와 함께 리우로 날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현지 상황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리우에 가지 못하고 TV로 딸의 금메달 장면을 지켜봤다. 할아버지가 박인비의 골프의 걸음마를 도왔다면 어머니는 미국 유학을 결심해 딸의 골프 선수 꿈을 영글게 했다. 김성자 씨는 5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라 집안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2001년 용기를 내어 두 딸과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박인비는 공식 인터뷰 때마다 ‘가족 사랑’을 드러낸다. 그는 “가족들이 옆에 있었기에 많은 힘이 됐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스윙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 씨에 대해 “내가 가장 존중하는 사람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손가락 통증과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이겨낸 박인비는 환영 인파의 열렬한 환호 속에 금메달을 깨무는 ‘금빛 세리머니’도 재연했다. 그는 “그 동안 박인비를 위해 경기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했다. 18번 홀에서 울렸던 애국가는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노래보다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렁찬 박수 소리와 공항을 빠져나간 박인비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가까운 시일 내 병원에 가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부상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박인비는 “컨디션 회복이 먼저고 경과를 보고 복귀시기를 정해야 할 것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이 마음속에 가장 나가고 싶은 대회 중 하나지만 그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입국장에 환한 미소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박인비.


이것이 116년 만에 여자 골프에서 나온 금메달.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인 할아버지 박병준 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박인비가 꽃다발을 건넨 어머니 김성자 씨와 끌어안고 감격을 나누고 있다.


박인비는 할아버지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줬다.


박인비는 리우 올림픽의 '금빛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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