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골프, 드림팀 4인방 총평
08.21 02:43

박세리 감독을 중심으로 박인비, 김세영, 전인지, 양희영으로 구성된 한국여자골프 대표팀은 올림픽 전부터 ‘드림팀’으로 관심을 모았다. 한국은 유일하게 4명이 출전한 국가고, 4명이 모두 세계랭킹 톱10 이내 선수로 구성돼 미국의 매체들은 '한국이 금은동 싹쓸이에 도전한다'는 보도까지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 여자 골프 대표팀을 1992년 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을 거둔 미국 농구 드림팀에 비교했다.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도 온통 올림픽 여자골프로 모였다. 쏟아지는 관심과 국가대표라는 부담감 속에서도 한국 자매들은 금은동 싹쓸이는 아니지만 골프 최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116년 만에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인비는 올해 최고의 경기를 올림픽에서 했다. 대회 첫날 보기 없이 공동 2위에 올랐고, 이후 3일 간은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엄지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최종라운드에서도 전반에만 4타를 줄이며 일찌감치 달아났다. 까다로운 3~5m 거리 퍼트를 쏙쏙 집어 넣었다. 해저드에 빠지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후반에도 1타를 더 줄였다.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우승보다 특별하다. 올해 마음 고생이 심했고, 올림픽 출전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고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양희영은 올림픽 첫 날 한국 선수 중 가장 나쁜 성적을 냈다. 하지만 박세리 감독의 조언을 듣고, 코스에 적응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결국 한국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9언더파 공동 4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최종라운드에선 이븐파를 기록하다가 마지막 4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낚는 집중력을 뽐냈다. 하지만 아쉽게 메달권에 1타가 모자랐다.
대회를 마친 양희영은 "인비 언니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한국 팀에서 메달이 나오길 바랐다"며 "나도 잘 하고 싶었지만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지금까지 참가한 어떤 대회보다 많은 것을 배운 대회다. 앞으로 투어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막내 전인지는 5언더파 공동 13위에 올랐다. 전인지 역시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대회 전엔 공항 측의 실수로 골프백을 분실했다가 뒤늦게 찾는 해프닝도 겪었다. 대회 내내 샷감이 좋지 않았지만 언니들의 "자신감 있게 치라"는 조언이 힘이 됐다. 2라운드에선 이글 2개를 성공시키며 분발했고, 최종라운드에선 보기 2개를 버디 2개로 만회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인지는 "인비 언니가 한국에 메달을 안겨줘 자랑스럽다. 다른 언니들은 물론이고 가장 큰 도움을 준 박세리 감독님과 함께해서 행복한 한 주였다. 이번 대회에서 많이 배워서 앞으로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인비 언니를 보면서 다음 올림픽에선 꼭 금메달을 깨물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잘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첫 날 박인비와 함께 공동 2위였던 김세영은 2라운드부터 샷이 흔들려 고전했다. 최종라운드에서도 이글을 성공시키는 등 분전했지만 보기를 5개나 범하면서 이븐파를 기록했다. 합계 1언더파 공동 25위다.
대회 전 리디아 고, 에리야 쭈타누깐 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힌 김세영은 아쉬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매우 아쉽다.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많은 준비를 했는데 마음 먹은 대로 잘 되진 않았다”며 “다음 올림픽에선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드림팀 4인방은 함께 어우러져 기뻐했다. 박세리 감독은 눈물까지 흘렸다. 한국 대표팀은 아직 젊기 때문에 4년 뒤 도쿄 올림픽의 미래도 밝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