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올림픽 여자골프 116년 만 금메달 주인공
08.21 01:43

116년 만에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가 된 박인비는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골프장에서 끝난 2016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최종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 16언더파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은 박인비는 2타를 줄이는데 그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를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박인비는 메이저 4개 대회와 올림픽 금메달까지 석권해 골프 선수 최초로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금메달 포상금으로 대한골프협회에서 내건 3억원과 정부에서 주는 6000만원도 받게 됐다.
박인비는 최종일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치열한 타이틀 경쟁을 펼쳤던 리디아 고와 마지막 조에서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세계 톱랭커가 모두 출전한 여자 골프 종목에서 최고의 두 선수가 금메달을 놓고 맞붙어 관심이 집중됐다. 게다가 링크스 코스의 자연과의 싸움을 이겨내야만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강풍과 비 예보로 최종일 티타임이 앞당겨졌다. 현지시간으로 정오 이후 강풍이 몰아칠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경기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분위기 싸움에서 승부가 갈렸다. 박인비는 2014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출전했고, 한일전 등의 국가대항전으로 올림픽 최종일 분위기가 비교적 익숙했다. 태극기가 펄럭이고 ‘붉은 악마’를 연상케 하는 한국 갤러리의 응원에 더욱 힘을 냈다.
마지막 조에서 함께 플레이를 했던 제리나 필러(미국)도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솔하임컵에서 이런 분위기를 종종 접했다. 하지만 국가대항전 경험이 전무한 리디아 고는 국가 간 숨 막히는 응원전이 벌어진 이날 상황이 생소했다. 그래서 리디아 고는 평소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선 제압도 박인비가 먼저 했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한 박인비는 3번 홀부터 5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으며 타수 차를 벌렸다. 5번 홀에서는 10m 이상 거리에서 버디를 집어넣어 상대의 기를 눌렸다. 파3 8번 홀에서는 티샷을 1m 옆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전반에 4타를 줄인 박인비는 2위 리디아 고와 간격을 6타 차로 벌리며 앞서 나갔다. 마지막 조 경쟁자들의 퍼트는 살짝살짝 빗나갔다.
10번 홀에서 티샷이 감겨 워터 해저드에 빠지는 첫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박인비는 보기로 잘 막아냈다. 14언더파로 내려앉았고, 펑샨샨(중국)이 연속 버디로 추격하면서 11언더파 3타 차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펑샨샨이 13번 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했고, 박인비가 이 홀에서 버디를 낚으면서 다시 타수 차는 5타로 벌어졌다. 14번 홀에서 박인비의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져 보기를 적었지만 다음 홀에서 버디로 곧바로 만회했다. 박인비는 17번 홀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집어 넣으며 금메달에 쐐기를 박았다.
공동 5위로 출발한 양희영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지만 메달까지 1타가 부족했다. 양희영은 마지막 4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9언더파까지 올라섰다. 11언더파 은메달 리디아 고와 10언더파 동메달 펑샨샨(중국)에 이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전인지는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5언더파 공동 13위에 올랐고, 김세영은 1언더파 공동 25위에 머물렀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