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복귀전서 '공 도둑맞은' 황당 해프닝
08.05 16:09

박인비가 복귀전에서 갤러리에게 공을 도둑맞았다 다시 찾는 황당 해프닝을 겪었다.
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1라운드가 열린 제주 오라 골프장. 큰 미스샷 없이 복귀전을 치르고 있었던 박인비의 18번 홀 티샷이 우측으로 밀렸다. 페어웨이 오른쪽 숲에는 OB 말뚝이 있어 떨어지는 지점을 정확히 보지 못한 박인비는 잠정구를 하나 더 쳤다. 잠정구는 페어웨이 왼쪽 방향으로 안전하게 보냈다.
박인비는 원구를 찾기 위해 오른쪽 숲으로 갔다. 하지만 1분간 뒤져봐도 공이 나오지 않았다. 어찌된 영문인지 우왕좌왕하고 있던 순간 한 갤러리가 “어떤 여자 분이 공을 들고 갔다”고 말했다. “누군지 봤어요?”라고 묻자 그 갤러리는 “빨간색 반바지를 입은 분이었다”고 답했다. 시선은 모두 그린 쪽으로 쏠렸다. 빨간 바지를 입은 갤러리는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박인비는 급한 마음에 “아줌마 잠깐만요”라고 애타게 말했다. 박인비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아줌마”를 불렀지만 공을 주워간 갤러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결국 경기 진행요원이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다. 전력질주해서 공을 다시 되찾은 진행요원은 박인비에게 원구를 돌려줬다. 박인비는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경기위원과 함께 원구가 떨어진 지점을 상의했다. 잔디가 없는 모래땅 위에 공을 놓은 박인비는 멋진 샷으로 숲에서 탈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2온에 실패했던 박인비는 2m 내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LPGA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갤러리가 공을 가져간 적이 있다. 동반자들이 ‘그런 경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고 털어놓았다.
경기위원, 목격자와 함께 원구가 떨어진 지점을 찾고 있는 박인비.
이날 56일 만에 복귀전에서 박인비는 버디 2개와 보기 4개로 2오버파 공동 74위다. 박인비는 “후반에 실수가 좀 있었다. 쇼트 게임과 아이언 샷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날카로움이 없었던 라운드였다”고 말했다. 왼쪽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에 테이핑을 하고 나왔지만 통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는 “무리 없이 라운드를 소화할 정도로 통증은 많이 나아졌다. 이제 부상을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부분들만 채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인비는 이날 2번 홀에서 1m가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파 퍼트를 놓쳤고, 3퍼트도 1번 했지만 퍼트감에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퍼트 스트로크는 나쁘지 않았다. 중거리 퍼트의 경우 거리감만 조절하면 될 것 같다. 어프로치 샷도 나쁘지 않았는데 남은 대회 동안 샷과 퍼트 거리감에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마치고 돌아온 박성현이 7언더파 단독 선두다.
제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