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PGA 챔피언십
07.31 06:18

"쉬어갈 곳이 없다.” 선수들은 이렇게 푸념했다.
98회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뉴저지주 스프링필드의 발투스롤 골프장에 파 5홀이 적어서다. 선수들은 파 5홀에서 2온을 하거나 웨지로 세 번째 샷을 하면서 버디를 노린다. 일종의 쉼터다.
그 파 5홀이 발투스롤엔 두 개 뿐이다. 그것도 17번 홀에나 가야 첫 파 5홀이 나온다. 선수들은 “가도 가도 파 4, 파 3홀이다”라고 말했다.
발투스롤은 파 4홀도 길고, 파 3홀도 길다. 잠시 마음을 놓으면 보기가 나온다. 첫 홀부터 어렵고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온다. 그나마 8번 홀부터는 조금 나아지고 13번 홀부터는 버디 가능성이 높은 홀들이 나온다.
3라운드가 열린 31일(한국시간) 한국의 송영한은 어렵사리 파 세이브를 하면서 13번 홀까지 마쳤다. 보기 2, 버디 1개로 비교적 준수한 성적이었다. 최경주는 보기 하나로 7번 홀을 지났다. 큰 고비를 넘은 셈이다. 이제 버디를 잡아야 할 홀들이 다가왔다.
그 때 경적이 울렸다. 남서쪽에서 뇌우 구름이 몰려왔다. 천둥 번개가 치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번개를 품은 구름이 생각보다 컸다. 쉬어갈 홀을 찾던 선수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지루하게 쉬어야 했다. 주최측은 어떻게든 한 홀이라도 더 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골프장 직원들은 한국 시간 오전 6시쯤 홀에 있는 깃발을 거둬들였고 7시 경기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시간 오후 8시 경기가 재개된다.
선수들은 경기를 다음날로 미루기로 했다는 주최측의 얘기를 듣고 숙소로 돌아갔다. 선두권 10명이 3라운드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경기가 중단됐을 때 최경주는 1언더파 42위, 송영한은 이븐파 47위다.
선두는 9언더파의 지미 워커와 로버트 스트렙이다. 선두권 선수 중에서 7언더파 공동 3위인 제이슨 데이, 6언더파 5위인 헨릭 스텐손이 눈에 띈다.
5언더파 그룹에 있는 마르틴 카이머, 패트릭 리드 등도 마지막 날 치를 36홀 경기에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큰 선수다.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스텐손은 “이전까지 내 키가 188cm였는데 이번 대회 와서는 190cm가 된 느낌이다”라고 했다. 메이저 우승자로 주목을 받으면서 위상이 올라간 것을 실감한다는 얘기다.
JTBC골프에서 1일 오전 3시부터 생중계한다.
스프링필드=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