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퍼들 왜 올림픽 안 가나
06.29 16:08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제이슨 데이가 28일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리우 올림픽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올림픽 남자 골프는 반쪽짜리 대회가 됐다.
남자 골프 빅3 중 데이와 로리 매킬로이는 불참을 확정했고, 나머지 한명인 조던 스피스는 “참가가 불확실하다”고 했다. 불참을 선언한 남자 골프 선수 수는 12명을 넘었다.
불참의 주된 이유는 지카 바이러스나 브라질의 치안 위험 등이다. 골프는 야외종목으로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를 접할 가능성이 크기는 하다.
그러나 보이콧 수준의 불참 릴레이가 펼쳐질 정도는 아니다. 감염되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남자 선수 보다 더 큰 위험에 접하게 될 여자 골프 선수들이 집단 불참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남자 선수들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종목에서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올림픽에 안 가겠다는 선수는 거의 없다.
올림픽에 상금이 없어서 불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급 선수들은 돈이 부족하지 않다. 돈 보다는 명예를 쫓는다. 제이슨 데이는 "돈을 생각하면서 경기할 때 오히려 성적이 훨씬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골프 선수들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올림픽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다. 골프 메이저대회인 디 오픈(1860년 시작), US오픈(1895년)은 근대 올림픽(1896년)보다 오래됐다. 골프 선수들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다.
골프가 올림픽에 들어갔다고 해서 메이저대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담 스콧은 이미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 신호등이 켜지기도 전에 “메이저대회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라면서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골프와 비슷한 테니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테니스는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이 됐는데 남자 세계랭킹 톱10 선수 중 두 명만 참가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정상급 선수가 올림픽에 가지만 아직도 올림픽 금메달이 윔블던 우승 보다 가치 있다고 여기는 선수는 거의 없다.
골프는 올림픽이 열리는 여름 메이저대회 3개가 열린다. 일정이 빡빡해 테니스 선수들보다 올림픽에 불참할 선수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전통이 짧은 여자 골프 선수들은 올림픽에 적극적이다. 일부 선수가 불참 선언을 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기는 하지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는 지카 바이러스가 아니라 다른 부상 때문에 참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장하나도 불확실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베리 마이스터는 “최고 선수를 내보내지 못한다면 올림픽에서 빠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골프계에서는 “골프의 확산을 위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의견과 “올림픽에 들어간 종목들의 인기가 올라간 것은 아니다. 빠져도 상관없다”는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