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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본 열도 점령, '엑소더스 효과'

06.29 08:27

김경태(오른쪽)와 박준원 등을 비롯한 코리안 브라더스가 올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KPGA]

한국 남자 골퍼들이 일본 열도를 점령하고 있다.

한국은 올 시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9개 대회에서 6승을 쓸어담았다. 엄청난 기세다. 개막전인 싱가포르 오픈 송영한의 우승을 시작으로 김경태가 3승을 올렸고, 조병민과 박준원이 각 1승을 챙기고 있다. 송영한과 조병민, 박준원은 JGTO 첫 승을 신고하며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코리안 브라더스는 지난해 JGTO에서 9승을 수확하며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가 5승을 올렸고, 황중곤과 김형성, 장익제, 이경훈이 각 1승을 보탰다. 올해 페이스라면 9승도 가뿐히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선수들의 일본 점령은 ‘엑소더스(Exodus)’ 현상과 맞물려 있다. 국내 투어의 침체로 선수들이 가까운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6월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끝으로 두 달이 넘게 대회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골퍼들이 일본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2011년 18개였던 코리안투어가 2012년 14개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많은 선수들이 일본으로 빠져 나갔다. 2011년까지 19명이었던 한국의 일본 투어 시드권자가 2012년 갑자기 27명으로 늘어났다. 2015년에는 동포를 포함해 34명까지 늘었다. 올해는 동포를 포함해 29명의 한국 선수들이 일본 무대를 누비고 있다. 30일부터 시작되는 JGTO 세가 삼미컵에는 27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경태와 송영한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출전으로 빠졌다.

5년 전부터 한국의 정상급 골퍼들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한국의 선수층은 더 두터워졌다.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 잡은 김경태가 투어 적응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김경태의 절친 박준원은 친구의 도움으로 JGTO 첫 시즌부터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무난히 적응하고 있다. 박준원은 “경태를 비롯해서 선후배들이 이미 많이 뛰고 있기 때문에 투어 적응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경태 등 선배들이 한국 커뮤니티를 탄탄하게 잘 만들어놓은 덕에 새로운 얼굴들도 무난하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에서 받고 있는 사랑을 베풀기 위해 봉사활동 등을 주기적으로 하며 융화에 힘쓰고 있다.

한국의 투어 침체가 길어지고 있어 일본 퀄리파잉(Q)스쿨 문을 두드리는 한국 선수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올해도 Q스쿨을 통해 주흥철, 박준원, 이창우, 강경남, 임성재, 조병민, 유송규, 한승수가 새롭게 일본 무대로 합류했다. 박준원과 조병민이 벌써 우승컵을 챙기는 등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우승 페이스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올 시즌 JGTO는 앞으로 17개가 남았다. 한국이 2015년 9승을 넘어 몇 승까지 합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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