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대략 지구 한 바퀴 돈 왕정훈의 긴 여정
05.17 13:03

‘역전의 왕’ 왕정훈이 대략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쉼 없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왕정훈은 한국에서 출발해 모로코, 모리셔스, 아일랜드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3주간 경유지인 이스탄불과 두바이를 포함해 5개국을 오가며 3만4500km 이상을 이동했다. 4만76.6km의 지구 한 바퀴와 맞먹는 거리다.
3주간 이동에만 70시간이 소요됐다. 왕정훈은 한국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모로코까지 26시간, 모로코에서 다시 이스탄불을 지나 모리셔스까지 20시간이 걸렸다. 또 모리셔스에서 두바이를 경유해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러나 21세의 '젊은 혈기' 왕정훈은 최근 유럽 투어 2연승으로 꿈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 같은 힘든 여정도 잘 이겨내고 있다.
중학교 때 필리핀으로 건너가 타지 생활을 했던 왕정훈은 2013년 말부터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아시아를 오가는 일정을 혼자서 계획하고 준비했다. 20세가 되기 전부터 혼자서 짐을 싸고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이로 인해 왕정훈은 아시안투어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유럽 투어 시드까지 확보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왕정훈은 “아시안투어에서 활동하면서 이동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밝혔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게 될 왕정훈은 아시안투어보다 이동 거리가 더 긴 여정을 이겨내야 한다. 아직 젊고, 컨디션 관리도 잘 하기 때문에 유럽 투어 적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왕정훈은 6시간 이상의 거리는 비즈니스석으로 이동하면서 컨디션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이동 중에는 자거나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다운 받아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70위 왕정훈의 리우 올림픽까지의 여정은 더 험난할 전망이다. 왕정훈은 19일 시작되는 아이리시 오픈과 다음 주 BMW PGA 챔피언십을 소화한 뒤 US오픈 예선까지 치를 예정이다. US오픈 예선은 잉글랜드 서레이 왈튼 히스 골프장에서 30일 열린다. BMW PGA 챔피언십이 끝나는 바로 다음 날이다. 다행히 BMW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장소에서 30분 거리라 부담 없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US오픈 예선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2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세계랭킹 60위 안에 들면 자동으로 US오픈 출전권을 거머쥐게 된다.
왕정훈은 태극기가 새겨진 골프백을 메고 대회를 치르고 있다. 허리 벨트에는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다. 왕정훈은 “올림픽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전 세계 선수들과 하는 경기라 의미가 크다. 한국을 대표해 국위 선양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을 희망하지만 큰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지만 일단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JTBC골프는 왕정훈과 이수민, 양용은 등이 출전하는 아이리시 오픈 1라운드를 19일 오후 11시부터 생중계한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